초록스더씨가 만든 노래, 여덟 번째
봄바람이 불어오네
예쁜 꽃들 흩날리네
너의 단어들이 내게로
다시 말을 거네
그래서 나도 너의 안부를 조심히 물어
너의 웃음들도
네 흥얼거림도
너의 일기들도
모두 안녕하니
아프지 않게 기억되기를
아프니 않게 지나가기를
우리 언젠가 만나게 되면
네게 손 흔들게
봄바람이 불어오네
작은 꽃들 흔들리네
너의 목소리가 가끔
나에게 말을 걸어오네
그래서 나도 나의 소식을 조심히 전해
나의 소리들도
나의 멜로디도
나의 이야기도
모두 남아있어
아프지 않게 기억되기를
아프지 않게 지나가기를
우리 언젠가 만나게 되면
우리 언젠가 만나게 되면
아프지 않게 기억되기를
슬프지 않게 추억하기를
우리 언젠가 만나게 되면
작은 인사 건넬게
퇴사하기 즈음이니 두 해 전의 일이다. 괜찮은 일식당이 있다는 고급 정보를 입수하고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하였으나 실패했다. 작은 가게라 테이블이 많지 않았고 나는 선착순에서 밀렸다. 대안을 찾아 몸을 돌리는데 옆에 걸려 있는 작은 나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진심'이었다. 이후 몇 번의 실패를 하고 입성하여 맛있고 정갈한 음식을 맛보았던 기억이 있다. 사실 생생하게 남아있는 건 음식보다는 가게 이름이다.
그 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변화들, 일과 관계에서의 실패들이 줄을 지어 길게 늘어섰다. 성공적인 도미노와 같이 순차적으로 쓰러졌다. 마지막 도미노는 오랜 친구의 아픈 고백이었다. 친구는 내게 말하지 못한 많은 날들 동안 아팠을 것이고 그것을 모르던 나는 그때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나의 예상과 뜻과 바람과는 달리 그녀와 한없이 멀어졌다. 나의 청춘을 들여다보면 사실, 사랑보다는 우정이다. 이십 대에도, 삼십 대에도 친구였다. 연인이 있던 날들은 지극히 짧고 성장의 날들과 함께 한 건 친구였다. 그래서 더 아팠다. 그녀의 메시지는 깊고 분명했다. 지금에서 보면 그날의 내 말은 아주 얕았다. 그녀의 깊이에 전혀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아직도 말이 남아있는 것 같다.
진심은 여덟 번째 노래다. 지난달, 봄기운이 찾아온 어느 날 그녀가 떠올랐다. 봄이 되면 소풍을 가곤 했다. 문학소녀까지는 아니었고 감성 소녀 정도는 되었던 우리는 봄을 좋아했다. 감성 소녀들은 둘만 아는 특별한 별명도 나누어 가졌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되었다. 봄의 꽃들 필 무렵이 되니 그녀가 그리워졌다. 야마하 앞에 앉아 다이어리 빈 부분에 단어들을 적어 내렸다. 흥얼거리며 건반도 누르며 멜로디도 붙였다.
노래에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민하던 터에 그 가게가 불현듯 생각났다. 그즈음의 경험이고 기억이라 그런 건지, 단어가 가지는 어감과 의미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진심'이 떠오른 순간 버트 씨에게 물었다. 버트 씨는 아주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진심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날의 얕고 짧았던 나의 말들과 오랫동안 아파하였던 그녀에게 사과를 전한다. 이제는 아프지 않게 서로를 기억할 수 있기를, 우리의 날들이 잊고 싶은 슬픈 과거가 되지는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혹 만나게 되면 작은 인사라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마음을 다해 마음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