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스더씨가 만든 노래, 다섯 번째
빗방울이 뚝뚝 뚝뚝 떨어지네요
내 마음 빗방울 따라 흘러가네요
빗방울이 뚝뚝 뚝뚝 떨어지네요
내 마음도 따라가네요
동생과 다퉜던 일 엄마한테 혼났던 일 수학 문제 못 풀었던 일
북극곰 아파할 때 달리다 넘어질 때 장난감 망가졌을 때
빗방울이 뚝뚝 뚝뚝 떨어지네요
내 마음 빗방울 따라 흘러가네요
빗방울이 뚝뚝 뚝뚝 떨어지네요
내 마음도 따라가네요
형아랑 다퉜던 일 욕해서 혼났던 일 강아지 쫓아왔던 일
너무나 배고플 때 간식을 못 먹을 때 장난감 잃어버릴 때
빗방울이 뚝뚝 뚝뚝 떨어지네요
내 마음 빗방울 따라 흘러가네요
빗방울이 뚝뚝 뚝뚝 떨어지네요
내 마음도 따라가네요
빗방울이 뚝뚝 뚝뚝 떨어지네요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떴어요
내 마음은 하하하하 웃네요
내 마음도 깨끗해져요
내 마음도 깨끗해져요
한 달 전쯤, 야마하 115가 집에 왔다.
작년 하반기에 버트 씨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두어 달 지나고서 찰스 씨까지 피아노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리하여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열 살, 일곱 살의 손자들이 피아노를 좋아하고 피아노와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자피아노를 선물해 주셨다. 그러나 그 선물을 가로챈 사람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였다. 사실 나는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한다. 부모님들의 간절한 바람으로, 교회에서 반주를 하기 위하여 예닐곱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딱 찬송가 악보를 보고 칠 수 있는 수준 정도까지 배웠다. 솔직하게 말하면 현재 진행 중인 예배 반주도 가끔씩은 틀린다. 넉넉하게 봐주어야 중급자 수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피아노 중급자는 백만 년 만에 홈그라운드에서 야마하를 만나고 아주 신이 났다. 첫째 주에는 미친 여자처럼, 음악으로 밥을 먹고사는 사람처럼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뮤지컬 배우처럼 일상에 멜로디를 붙였다. 몇 번을 말하여도 손을 닦지 않는 버트 씨를 위해 '버트 씨 손 닦아 송'을 만들었다. 언제나 어지르기만 하는 찰스 씨에게 '찰스 씨 안 치워 송'을 선물했다. 남편이 자신을 위한 것도 요청하길래 '아빠는 청소왕'이라는 노래도 만들었다. 다소 슬픈 곡조인지라 주문자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창작자는 만족했다. 정오에는 방학 중인 아이들과 놀이하듯, 자정에는 헤드폰을 쓴 채로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
'빗방울이 뚝뚝 뚝뚝'은 내 기억으로는 다섯 번째로 만든 노래다. 비는 전혀 오지 않은 아주 밝고 건조한 날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버트 씨와 찰스 씨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미세먼지와 황사처럼 스트레스가 둥둥 떠다닐 텐데, 하니 빗방울이 떠올랐다. 지금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 두 아이지만 언젠가는 더러운 공기를 깨끗하게 해주는 빗방울들을 보면서 속상한 마음들을 흘려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버트 씨가 속상할 때는 언제인지, 두렵거나 눈물이 나는 상황은 무엇인지 물었다. 엄마한테 혼날 때라고 제일 먼저 답을 해서 반성을 했다. 역시 내가 문제구나, 싶었다. 짧게 후회하고 뉘우치고서는 다른 상황도 찾아냈다. 버트 씨와 엄마의 대화를 듣던 찰스 씨는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자신이 속상했던 일들을 설명해 준다. 그렇게 하여 가사를 완성했다.
비가 오지 않은 지 꽤 되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 되면
빗방울들이
깨끗하지 않은 나의 마음,
우리의 아픔과 상처들을 가져가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