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슈타인 '존재만으로'
"내일부터는 혼자 가고 혼자 돌아올 거예요."
등굣길, 열 살 버트씨가 말했다. 동생과 엄마를 대동한 아침, 그는 쿨하게 대사를 내뱉었다. 어젯밤 학교에서 보내 준 교실 배치도를 보면서 교실까지 가는 길을 몇 번이나 불안한 눈빛으로 시연하던 그였는데 밤 사이 자란 건가, 싶었다.
"이 노래 왜 계속 들어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다 원슈타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심장 뛰는 소리와 닮은 비트에, 또 감미롭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원슈타인의 노래와 랩에 완벽하게 매료되었다. 1시간 듣기를 재생하고 그것을 또 반복한다. 버트씨가 이 노래를 듣는 이유에 대하여 물었다. 얼굴이 붉어진 나는 대답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 행복한 일들이 기억난다 했다. 어떤 일이냐고 묻는 버트씨, 그에게 맞는 깊이로 답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드라마는 상큼하다. 김태리와 남주혁의 훈훈한 외모와 그것을 능가하는 연기력은 청춘을 넘치게 담아낸다. 그리하여 나도 청춘을 떠올린다. 보기만 하여도 웃음이 났다. 함께하지 못한 순간에도 서로를 응원했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이름만 보아도 위로를 받았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하나만은 아니었다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엄청 코믹하다.
새로운 도전 앞에 선 버트씨,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은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겠지.
그렇지만 나는 네 존재만으로 위로를 받을 거야.
우리의 내일도, 너의 청춘도 축복해.
ble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