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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Aug 31. 2023

내 가족 빵기

아기고양이 빵기야, 나랑 같이 쑥쑥 크자.

우울함과 무기력의 늪에 빠져 숨을 쉬고 있는 건지, 물에 가라앉아 있는 건지도 자각하지 못하던 일상.

고양이를 키우라는 권유에 어떤 기대도 없이, 부담만 가득 안고 아기고양이를 입양했다.

심지어 내가 도저히 못 키우겠다고 하면 나에게 이를 권한 지인이 고양이를 책임져 주기로 하고..


오늘은 우리집 고양이 빵기를 만난지 38일 째, 빵기가 태어난지 105일이 되는 날이다.

나는 빵기와 계속 함께할 것이다. 빵기를 고양이 답게 살게 하고 싶고, 그치만 난 얘를 공주님처럼 대접해주고 싶다.


빵기는 우리집에 오고나서 동물병원에 네 번 갔다.

두 번은 고양이 1,2차 예방 접종을 하러 갔고,

나머지 두 번은 초보 사람가족인 나 때문에 아기고양이 빵기가 괜한 고생을 했다.



날 보고 반가워서 뛰쳐나오는(?)

아니, 중문으로 분리돼 있는 현관이 넘 궁금해서 매번 뛰어나오던 빵기...

그런 빵기를 못 보고 혹시나 빵기가 달려나올까봐 급히 문을 닫았는데 빵기가 쏙 나오다가 왼발이 끼었나보다.


"끼에에에에엥!!!"


자지러지는 빵기의 울음소리와

왼쪽 앞발을 안쓰럽게 들고 서 있고

한동안 왠지 절뚝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잠깐 눈물까지 났다.

너무 걱정이 돼서, 마칠 시간이 거의 다 된 동물병원에 양해를 구하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수의사 선생님이 빵기의 발을 만져도보고 이리저리 살펴보시고는,

다행히 붓지도 않았고 뼈도 괜찮은 것 같다며 통증연고와 앙증맞은 넥카라를 챙겨주셨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대단한(?) 빵기는

빡빡하게 씌워놓은 넥카라를 스스로 빼버렸더라.

헐렁하게 씌우니 넥카라로 한 쪽 발을 쏙 꺼내 목이랑 같이 끼우고 있던 말괄량이 녀석...



또 한 번은 밤새 빵기가 아파서 혹시나 갑자기 죽어버리면 어쩌지 불안해서 잠을 자는둥 마는둥 했다.

이 날 빵기가 아팠던 이유도 내가 무지했기 때문인데,

3개월 겨우 된 빵기에게 캔이나 츄르를 자주 준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수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오로지 건사료랑 물만 줘야한다고 하셨다.


어느 날부터 빵기가 구토를 하루에 1~2번 하더니 마지막날은 5~6번을 하고, 끝에는 투명한 액체를 토했다. 탈수까지 와서 애기가 깡말라 버렸다.


빵기를 아침에 동물병원 열자마자 데리고 가서 오후 6시까지 입원을 시켰고

수액을 3개나 맞히고 데려왔다.

다시 오동통하게 불어서 귀여워진 녀석...

전처럼 폴짝거리고 힘을 내서 돌아다니는 걸 보니 감동적이었다.


빵기야 미안하고 사랑해.

언니의 지갑은 탈탈 털렸지만 오히려 행복할 정도로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너무 고맙다.

너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조심할게.



언니가 너에게 기본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서투른 게 많네.

네가 완전히 잊었을지 모르는 친엄마, 형제들과 떨어져 나에게 온 널 볼 때마다 많이 안쓰럽고 사랑스러워.

토를 하면서도 절대 이불이나 소파에는 하지 않고 바닥에만 하는 착한 빵기.

쉬나 응가가 마려워도 꼭 화장실에서만 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친엄마에게서 배운 배변습관이 몸에 깊숙이 남아있는 게 더욱 안쓰럽게 느껴지는구나.



빵기야. 지금까지 언니가 빵기에게 한 번도 소리지르거나 화낸 적 없는 거 알지?

빵기를 항상 지켜주고 예뻐해줄게.

너의 몸집이 커갈수록, 여러가지 풀어야 할 숙제들이 생기겠지만

언니가 잘 고민해서 빵기가 가능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언니도 편안하게 빵기와 잘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고.



언니가 빵기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다가

요즘엔 고양이티비만 틀어주고 출근하니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서 아쉽지?

오늘은 퇴근하고 우리 빵기와 시간 많이 보낼게.



사랑해 내 빵기.

소중해 내 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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