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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Sep 11. 2023

만약 빵기와 카톡을 할 수 있다면

내 아기고양이 빵기와의 대화

"빵기야 오늘 언니 8시까지 갈게. 밥이랑 물 많이 먹고 있어. 고맙고 사랑해."

우리 빵기에게 제일 하고 싶은 말.


빵기야. 언니는 회사를 다녀.

월화수목금, 이렇게 가는데 가끔은 연차나 휴가를 쓰기도 해. 너는 내가 토일에 쉬니까 그것도 좀 혼란스럽지?

어떤 날은 언니가 누워서 잠만 자더라도 네 곁에 있어서 '야옹야옹' 목 놓아 울면 빼꼼 내다보고 널 쓰다듬어 주는데 말이지.


빵기야. 애기 빵기야.

혼자 있다보면 아무리 자고 또 자도 언니가 안 올 때도 있지? 우리가 카톡을 할 수 있다면.. 집에 가는 전철 안에서 빵기한테 뭐하고 놀고 있냐고, 오늘 사료는 많이 먹었냐고, 컨디션은 어떻냐고 물어볼 수 있을텐데.


그리고 우리 빵기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언니가 돈을 모아서 빵기에게 사주고, 빵기가 싫어하는 행동이 있으면 언니가 안하려고 노력하고, 빵기가 웃기거나 아주 기분 좋은 행동이 있으면 언니가 해줄텐데.


빵기야. 언니가 빵기한테 카톡 딱 세 마디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까?


첫번째, 빵기는 빵기답게 살면서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렴.

두번째, 빵기야, 사랑해.

세번째, 빵기야, 나한테 와줘서 정말 고마워.

(평생 함께 있겠다는 말은 너무 당연하니까 오히려 말하는 게 이상해서 하지 않을래.)


빵기야.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네가 내 손과 발을 마구 깨물더라. 이유는 모르겠어. 근데 지난 번 처럼 네가 별나게 느껴지거나 이상하진 않았어. 이 시간이 지나면 또 우리 빵기로 돌아오겠지.. 아니, 요 별나고 앙칼진 모습도 우리 빵기이니까.


빵기야. 언니가 서툴러서 미안해. 그치만 언니는 너한테 깨끗한 마실 물 바꿔주는 거, 영양분 많고 신선한 사료를 주려고 애쓰는 거, 매일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거. 이건 아주 열심히잖아. 심지어 이건 언니가 유튜브 같은 걸로 공부하기 전에도 언니가 당연히 열심히 했던 거잖아. 우리 빵기 불편할까봐.


빵기야. 만약에 특별 찬스로 카톡을 하나 더 쓸 수 있게 해준다면 묻고 싶은 게 있어.

너 왜 내 목에 꾹꾹이하고 핥고 입술이랑 턱이랑 겨드랑이를 그렇게 핥니? 입술이랑 턱은 내가 피한다마는... 목에 상처 나ㅜㅜ

빵기야 그냥 언니 품에서 코코 잠만 자길... 언니는 엄마 역할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피날까봐 무서워ㅜㅜ


빵기야 내일 우리 3차 접종 꽁 잘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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