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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Feb 11. 2024

직장 내 괴롭힘 신고(2)

나는 핵인싸였다.

블라인드 회사 라운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 썼다.

쓴 이유는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해서였다.


지난 주에 내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게 된 시작점이 됐던 업무를 팀장은 이 상황에서도 끝까지 나에게 선임을 통해 온라인으로 지시했다.

SAP이 뭘까? 어떻게 접속하는 걸까? 엑셀파일 몇 개를 받았고 결재문서는 찾아보면 전월에 작성해 놓은 게 있겠지만, SAP을 어떻게 들어가야 하나?

HR팀에서 인수인계는 엑셀파일을 3개 정도 주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면 인수인계가 끝이라고 했다. 그리고 팀장이 전체 팀 회의에서 "해라" 했을 때, "네" 했으니 내가 "동의"한 것이어서 난 해야한다고  얘기했다.

- SAP은 어디서 어떻게 접속하나요?

- 이 업무가 뭘 하는 업무인가요?

- 업무 로직이 어떻게 되나요?

진짜 회사가 학교도 아닌데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봐야 하는 걸까 창의적으로 때려맞춰야 하나

검색을 해봤다 'SAP 접속' 바보같은 짓이었다.


그래도 글로벌 회사인데 업무 매뉴얼 하나가 없다. 그냥 매뉴얼이라도 주면 보고 순서대로 할텐데, 내가 컴맹도 아니고 난독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업무를 왜 내가 해야 하는 거고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걸까? 아니다. 이 업무는 도대체 무슨 업무인걸까?


일단 정말 이 업무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이번 달만 이 업무를 하지말라고 했다. 대신 앞으로는 그 날 한 업무를 세세히 써서 퇴근보고 때 보고를 하라고 했다. 나만!

그리고 작성한 엑셀파일이 있으면 그것도 얼마나 작성했는지 검사하기 위해서 엑셀파일들을 보내라고 했다.

숙제검사인가? 나만!


차별적인 업무 감시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추가 2차 신고를 했다.



검사할 거라는 일에 대해서 가해자가 예전에 나한테 그랬었다. "지금까지 입사해서 한 게 뭐냐고, 이게 일이냐고" 뭘 어쩌란건지. 그 데이터들 지금도 팀에서 계속 쓰고 있는데.


인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을 대할 때도 갖추는 기본적인 예의를 기대했다. 군기잡는 꼰대가 아니라 닮고 싶은 선배가 있을 줄 알았다.



+ 헛소문이 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소문의 범위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고 내용도 더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내가 이 정도로 핵인싸인 줄 몰랐다.

나는 회사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팀원 제외하면 많아야 10명?

그런데 이렇게 일파만파, 심지어 이제 회사 전체가 안다고?

오래다니고 싶어진다. 이 회사, 이 팀에서.

너희들과 매일 마주치면서. 가까이에서.

만약에 정말 네임밸류 좋고 돈을 많이 주는 회사가 있으면 옮길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그냥 여기서 길게 다니면서 이 일을 천천히 해결해야겠다. 얼마나 걸릴까? 녹취도 정리해야 하고, 서면도 써야하고, 메일들도 캡처해야 하고 남는 시간에 하자니 세월아 네월아다. 

투명인간으로 5개월 지냈는데 앞으로 더 하는 게 뭐가 힘들까 싶다. 공개적으로 까이는 것도 이제 잘 대처할 수 있다.


최초 헛소문 유포자 너나, 그 말 듣고 휩쓸려서 따돌린 것들이나

너희 얼굴 떠올리면 딱 그렇게 보여

아, 이제 팀 단톡방에 일정도 안올리던데 일정이 없는 거니 이제 그것도 나한테만 공유 안해주는거니?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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