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6/3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는 담백하지만 표현력은 섬세하다. <하나레이 베이>는 그런 하루키의 문장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어느 정도 각색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원작의 분위기를 잘 따르고 있다.
서퍼가 상어에게 다리를 잃는 것은 그 상황 자체로도 생명에 지장을 줄만큼 위험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난다고 해도 서퍼로서 활동은 어렵다. 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는 것 또한 삶의 큰 부분을 잃은 것과 같다. 비록 서로 간에 살갑고 정이 많은 가족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가족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는다면 그 슬픔의 크기는 가늠하기 어렵다.
사치(요시다 요)는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하나레이 베이를 매년마다 찾는다. 실제 하와이의 하나레이 베이를 담아낸 아름다운 풍광과 사치가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이 대비를 이룬다. 관객은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기 팝의 "The Passenger"가 신나게 흘러나와도, 사치처럼 한걸음 뒤에 물러나 차분하게 지켜본다. 아름다운 해변을 10년째 찾아오지만 수영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앉아 조용히 독서를 할 뿐이다.
그러던 중, 사치 앞에 일본에서 온 젊은 서퍼들이 나타난다. 사치는 이들이 낯설지 않아 잠시 도와준다. 서퍼들은 사치에게 외다리 서퍼를 봤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아들의 환영을 찾아서 하나레이 베이를 하염없이 걷는다. 하지만 사치가 깨닫게 되는 것은 선의도, 악의도,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거대한 자연이다. 사치가 슬픔과 상실감을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아들을 제대로 보내줄 수 있게 된다. 사치는 그제야 밝게 웃어 보인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하나레이 베이>가 상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될 수는 없지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