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toyourverse Jul 15. 2019

<롱 샷> 정치적으로 올바른 로맨틱 코미디

7/9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2019 | 미국 | 코미디/로맨스/멜로 |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 2019.07.24 (개봉 예정)

감독 : 조나단 레빈

출연 :  샤를리즈 테론, 세스 로건, 준 다이안 라파엘, 오시어 잭슨 주니어, 래비 패텔, 밥 오덴커크, 앤디 서키스, 리사 쿠드로



영화 시작부터 프레드(세스 로건)가 취재 중인 네오 나치 단체를 등장시킨다. 이렇게 <롱 샷>은 첫 시퀀스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빌어 정치적인 얘기를 풀어간다고 선언한다. 그렇다고 로맨틱 코미디에 충실하지 않냐면 그것도 아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써도 재밌다. 정치, 문화, 페미니즘, 미디어 권력, 사생활 노출까지 폭넓은 소재를 각본에 녹였다. 대사에 쉴 새 없는 드립이 섞여 있는데 미국의 문화/정치에 친숙함에 따른 호불호가 있겠다. 샬럿(샤를리즈 테론)과 프레드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에서 90년대 문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보이즈 투 멘'이 직접 출연하고, <귀여운 여인> <베벌리힐즈 아이들> 등이 인용된다. 또 <프렌즈>에서 피비를 연기했던 리사 쿠드로가 이미지 컨설턴트로 등장해 농담을 강조하는 것도 흥미로운 장면.


<롱 샷>은 표면적으로는 연애담이다. 최연소 국무장관이 된 샬럿 필드와 퇴직한 진보 언론 매체 기자 프레드 플라스키 커플을 감정선을 따라간다. 프레드는 어릴 적 자신의 베이비시터 잠시 샬롯을 흠모했다. 제목이 뜻하는 것처럼 프레드는 샬럿에게 거리감을 느낀 나머지 잘 되진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프레드가 근무하던 언론사가 우익 미디어 재벌에 인수되면서 홧김에 퇴사를 한다. 프레드는 친구 랜스(오시어 잭슨 주니어)를 따라 기분 전환하러 들른 파티에서 샬럿과 재회한다.


흔한 미국의 자선 파티 같지만 둘 사이의 관계를 대입해 보면 전통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여자 주인공이 왕자를 만나러 계단을 오르는 게 아니라, 프레드가 샬럿을 만나러 파티장의 높은 곳으로 불려 간다. 주인공 커플의 성별을 서로 바꾼 신데렐라 이야기 혹은 귀여운 여인이고, 21세기 버전으로 복각한 노팅힐 같다. 프레드가 샬롯을 부를 때 누나라고 번역했다. 원래 대사는 평범한 'You'라는 호칭이지만 둘의 관계에서 프레드가 연하이고 약간 수동적인 것을 감안한 황석희 번역가의 센스.


(이 밑으로는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샬럿을 보면, 마치 미국의 진보 진영이 바라는 이상적인 정치인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심지어 공화당 출신으로). 좋은 정책이라도 얼마든지 정치 공학에 의해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챔버스 대통령(밥 오덴커크)은, 이전에 연기자였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정책보다 연설 연기에 몰두한다. 미디어 재벌 파커 웸블리(앤디 서키스)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 내에서도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둘을 적당히 섞으면 연상되는 실존 인물은 한 명 밖에 없다. 


샬럿은 인기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을 챙겨 볼만큼 여유 있지 않다. 다만 유행에 뒤쳐지기는 싫어 시나리오만 읽는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서 샤워도 못하고 화장실에서 쓰러져 잠들고, 출근 전 토막 시간에 전화 인터뷰를 하는 등 너무 바쁘다. 그에 반해 현실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왕좌의 게임을 즐겨봤다고 인터뷰했다(물론 이것도 대중적 인기를 위해 설정일 수도 있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스캔들에 관한 농담도 있다. 이렇듯 <롱 샷>은 미국의 진보, 보수를 따로 나누지 않고 풍자한다. 특정 시퀀스의 유머가 지나치다는 평도 보았다. 하지만 그 시퀀스는 성차별적 농담을 응징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만약 성차별적인 영화였다면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하지 않았을 것.


후반부에 프레드와 랜스는 서로 지지하는 정당을 놓고 작은 다툼을 한다. 랜스는 프레드가 민주당 지지자이기 때문에 그동안 공화당 지지자인 것을 숨겨왔다. 프레드는 정치적 올바름을 자처하지만 자신이 더 차별과 편견을 갖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 시퀀스를 통해 지지하는 정당은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각 개인의 정치적 올바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와칸다 포에버(랜스의 외침). (오시어 잭슨 주니어는 차기작에서 마이클 B. 조던과 함께 출연 예정)


<롱 샷> 공식 포스터에는 'Unlikely but not impossible'라고 쓰여 있다. 마치 차기 미국 대선 캠페인 슬로건을 미리 보는 것 같다면 너무 억측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프랑스 대표팀이 된 아재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