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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Dec 08. 2018

H - Zero World #M-01

-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어두운 산속을 뛰어가고 있었어. 아버지는 내 얇은 손목을 꽉 움켜쥐고 뭔가로부터 달아나고 있었지. 그때 난 무엇에 쫓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버지의 손을 통해 전해지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어



- 하지만 내가 두려웠던 건 뒤에서 쫓아오는 뭔가가 아니었어. 그날 아버지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필사적으로 떼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어. 

뒤쫓아오던 그 무엇과 함께 연약하고, 거추장스러운 나까지도 말이야.



- 내 손목을 쥐고 있던 손가락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걸 느꼈어. 아버지의 손 안에서 내 손목이 점점 빠져나왔어. 나는 아버지의 등을 바라봤지만 아버지는 돌아보지 않았어. 말을 하고 싶었지만 숨이 차서 말을 할 수가 없었어. 눈물이 흘렀지만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어. 



- 아버지의 손에서 내 손목이 거의 빠져나왔을 때 나는 아버지의 소매를 힘껏 움켜쥐었어. 그리고 아버지의 등을 쫓아 죽을힘을 다해 달렸지. 

나무뿌리에 걸려 무릎이 까지고, 어지러워 위액을 토해내면서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 소매를 붙들고 달렸어. 



- 날이 밝고, 숲을 벗어나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 비로소 아버지는 멈춰 섰어.  

소매를 붙잡고 있던 내 손에 힘이 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어.

누워서도 아버지를 쳐다봤지만 아버지는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 



그 후 아버지는 나를 어느 마을에 맡기고는 혼자 사막 끝으로 사라졌어.

아버지가 떠난 후 한 동안 생각했지. 만약 숲에서 내가 소매를 놓쳤다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면 잠시 망설이더라도 돌아와서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을까? 내가 너무 악착같이 들러붙어서 질려버렸던 건 아닐까? 



-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저 상황이 안 좋았던 거야. 

어른들의 이런저런 사정들 말이야. 

그는 그걸 감당할 만큼 강하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혼자 도망쳤지.



그래도 마지막 인사 정도는 했어야지. 

안 그래, 앨리스?



<크르릉~!>

- ....



- 이 녀석은 병들어서 안돼. 

인간에게 길러진 녀석들은 아무거나 먹어대거든. 

뭐 넌 상관없겠지만.

내 얘기를 듣고도 버려진 개를 사냥하고 싶다니.... 인정머리가 없군.

<크르릉~!>


가자 앨리스

해가 지기 전에 쉴 곳을 찾아야 해. 



H - Zero World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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