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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종 Jun 14. 2021

하루 네 시간을 내 시간으로

계속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

나는 직원 100여명 규모의 6년 차 스타트업의 CSO(최고 전략 책임자)다. 내가 들어왔을 때 회사의 총인원은 10명 정도였고, 현재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 중이다. 대표를 제외하고는 입사일이 두 번째로 빠르니, 웬만한 직원들은 다 겪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스타트업씬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에는 '구태를 벗어나 스스로 뭔가를 새롭게 해보고자 하는' 직원들이 정말 많다. 요즘 흔한 말로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해야 되나 그런건데,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일치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많은 직원들이 자신이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로 우리 회사가 자신이 성장하는데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회사를 떠난다. 아쉽다.


경영진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려고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회사를 운영하는 역할이 아닌, 나도 역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같이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처럼 '내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가'라는 동일한 고민을 갖고 있고, 그 고민에 대응하는 꽤 괜찮은 내 나름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임원이라는 회사에서의 직책 그리고 그 역할 수행으로 인해서, 아마도 직원들에게 비치는 나의 이미지는 동료라기보다는 거리감이 어느 정도 있고, 계속 새로운 업무를 던져주는, 그래서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하고 성장하고 싶어 하는 개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아마 많이 재수 없을 것이다. 근데 재수 없는 건... 초딩 때부터 그랬다 ^-^) 그런데 사실 나도 직원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일하는 환경, 하고 있는 일, 비슷한 나이대 등 생각을 해보면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특별하게 다를 이유는 없다.


'성장에 대한 욕구'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나의 고민을 예를 들어보겠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 일이 꽤 중요도가 높고 업무량이 많아 기존에 내가 하고 있던 일을 대신할 사람을 채용해야 했다. 업무 인계를 위해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 지금 하고 있는 일, 앞으로 더 해야 할 일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에서 해왔던 일이 참 많기는 한데, 그래서 나는 무엇을 잘하는 어떤 사람인가?' -> '뭣도 아닌 것 같다'. 꽤 큰 현타가 왔다. (아쉽게도 여태 사람을 채용하지 못하고 병행을 하고 있다. 힘들다.)


고민을 해봤자 마음만 좋지 않고 답도 없는 것 같아 다른 식의 접근을 해봤는데, 이 현타의 시작인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해왔고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중지하고, 마치 새 사람이 된 것 마냥 '이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고민하고, 그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지금부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도출하고 실행하기로 했다. 바로 그거다. 과거를 잊고 새출발하기. 캠핑가서 술한잔 하고 깨끗하게 잊었다. 참 쉽다. 캠핑을 가시라!


그래서 첫 번째로 내가 해야 했던 일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도? 나는 뭔가 원대한 꿈이 있다거나, 세상에 어떤 한 분야에서 내 이름 석자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거나, 펼쳐야만 하는 야망이나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일을 하는 사회/조직 구성원'의 관점에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1) 사회와 공동체에 공헌하는 Social Impact 가 있는 분야에 종사하며, 2) 나와 내 가정을 부양하는 경제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1)의 관점에서 내가 하는 일, 즉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은 Social Impact를 갖고 있으니 OK. 2)의 경우 그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행복회로를 가동하여 회사를 키워온 초기멤버로서의 회사를 잘되게 만들어서 그 공로를 인정받으면(스톡옵션 등을 행사) OK가 될 것 같았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설정했고, 지금 나의 처지가 1)의 관점에서 그 방향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회사를 옮기거나 직종을 바꿀 필요는 없어졌다. 그런데 2)를 하기 위해서는 계속되는(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하며, 조금 더 크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돈을 벌 수 있는 IPO 또는 M&A, 하여튼 EXIT까지 가야 한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코인, 주식, 부동산 등 뭔가 투자와 투기를 왔다갔다 하는 그런 방법도 분명 있지만,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스스로에게 발전적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지금부터 내가 그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도출하고 실행하는 것'은 곧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고, 나중에 해야 할 일을 잘하기 위해 준비해서, 회사를 EXIT까지 가게 하는 것'이 되었다. 그럼 그게 구체적으로 뭘까? 그동안의 과정이 마음속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객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각을 해봤다. F&B 필드에 있는 만큼 F&B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다... 임원으로서 회사의 경영을 위한 재무회계, IR/VC 업무를 위한 금융투자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를 해야 될 것 같다... 이번 신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IT 개발과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기초도 닦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실무도 겸하고 있으니 기본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다양한 TOOL도 능숙하게 다뤄야겠지... 최근 컨택이 종종 생기는 해외 연계 사업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으니 외국어 공부도 해야겠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브랜딩과 마케팅도... 요즘은 인문학의 결핍이라고 하던데 이걸 더 갖춘다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완벽한 체력... 할게 너무 많아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로 이미 정신적으로 실패를 했다. 1차 실패.


1차 실패(?)를 뒤로 하고, 하나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고르고 골라 네 가지를 Pick. 그 네 가지는 1) 운동, 2) 독서, 3) 영어, 4) 재무회계. 네 가지를 고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운동 : 일단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축구를 매주 하고 있는데,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도 운동을 해야 된다라는 목적의식이 생기기 쉬울 것 같았다. 그리고 경험상, 운동을 못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쉽게 짜증이 나고, 나의 짜증은 좀 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영향도 매우 많이 미쳐서 좀 진상이 된다. 동료들한테 진상을 덜 떨기 위해서라도 일단 운동을 해야 된다. 


2) 독서 : 1차 실패의 의식 흐름을 봤듯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그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끈을 놓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언젠가 하나를 파게 되면 도움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뭔가 이룬 사람들은 그 바쁜 와중에서도 책을 많이 읽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예를 들면 휴가철마다 대통령이 추천하는 5권의 책 이런 것들. 대통령이 나보다 많이 바쁠 텐데 언제 책을 읽지? 그래서 독서를 하기로 했다.


3) 영어 : 수십 년째 실패를 거듭해온 그 녀석. 해외에서 체류를 하는 경험을 해봤더거나, 담당 업무가 그쪽이었다면 강제로라도 더 잘했겠지만, 과거는 뒤로하기로 했으니.. 여전히 필요하다. 곧 우리 회사도 해외 진출을 할 예정이기도 하고, 코로나가 끝나면 신혼여행지였던 포틀랜드에도 놀러 가야 되니, 영어회화는 당장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 크게 느꼈는데, 클럽하우스가 하늘을 뚫을 기세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던 바로 그때, 영어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깨달았다. 텍스트보다, 화상회의보다, 다수가 더 더 직관적이고 정말 가까워질 수 있는 -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 - 가 왔는데, 내가 만약 외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면? 


4) 재무회계 : 이 쪽 파트는 오로지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 수행 때문에 선택을 하게 된 것인데,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야 되고, PL / 현금흐름 등을 도출해야 되고, 재무적 관점에서 회사의 실적을 분석하며 경영해야 하고(우리 회사는 현재 CFO가 없다), 투자유치를 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 나의 역할을 더 잘해야 했다. 아니 적어도 구멍은 내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길지 않은 회사 생활 동안 재무/회계만 담당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사업부서의 일을 모르는 저 사람들보다 내가 저걸 배우면 더 일을 잘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이건 나한테 무기가 될 수 있고, 나중의 나의 커리어를 위해서도 더 좋겠다 싶었다.


이제 네 가지의 카테고리는 정했다. 그다음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데인데, 이게 사실 많이 어렵다. 네 가지를 어떻게 수행하고 그것을 측정할 수 있을까? 운동은 몸무게와 체지방률을 목표로 맞추면 될 것 같고, 독서는 한 달에 하나 독후감을 써서 남기면 될 것 같고, 영어는 스피킹 시험을 치면 좋을 것 같고, 재무회계도 관련 자격증을 하나씩 따면 될 것 같고... 아 근데 목표를 세우다 보니 이것도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하기 싫고, 그냥 나가서 놀고 싶다. 그래서 확 난도를 확 낮췄다. 올해는 '네 가지와 관련된 결과물을 만들자'가 아니라 '네 가지를 꾸준히 하는 습관을 만들자'로.


시작했다. 그리고 한 5개월 계속 실패를 했다. 어떤 날은 운동만 하고, 어떤 날은 영어만 하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안 하고, 아예 어떤 주를 통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한 달을 영어공부 안 하고, 어떤 날은 아침에 공부를 했다가, 어떤 날은 점심시간에 운동을 했다가, 어떤 날은 밤을 새우며 인강을 듣기도 하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드디어 최근의 4주(5월 17일~6월 13일) 동안 꾸준히 하루 네 시간을 운동, 영어, 독서, 재무/회계로 채웠다. 한 달 정도 꾸준히 했으니, 이제 습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제는 이게 어떤 부담이 아니라 안 하면 찝찝하고, 하면 재밌고, 어쩔 때는 오히려 하루의 최우선이 된 것 같은 느낌까지 받는다.


나의 루틴은 다음과 같다.


'운동'은 아침 6시 45분 ~ 7시 45분까지 '크로스핏' 수업을 간다. 만약 아침에 늦잠을 자서 못 가게 되면, 마지막 수업인 9시 타임을 간다. 도저히 그것도 못하면 '6킬로 이상의 러닝' 또는 '30분 정도의 고강도 홈트(push up 100, sit up 100, squat 100, burpee 100)'를 한다. 처음에는 러닝을 하려고 했으나, 솔직히 너무 재미가 없어서 포기했다. 축구나 농구를 좋아해서 그걸 하려고도 시도해봤는데, 이건 상대방이랑 하는 게임이다 보니 부상을 계속 낳는다. 운동하다가 병자 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헬스를 할까 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헬스장을 가면 2-3시간은 쓰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도저히 불가. 그러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크로스핏 체험을 한번 하게 되었는데, 총 1시간 정도 걸리는(실제 메인 프로그램은 20-30분!!) 짧은 시간에, 매우 높은 운동 강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역도가 정말 재밌었다. 보통 일주일에 3-4번은 크로스핏을 가고 1-2회는 러닝이나 고강도 홈트를 하는 것 같다. 


'영어'는 운동을 끝내고 집에 와서 8시 ~ 9시 사이에 스피킹 앱인 '스픽'을 하루 하나씩 한다. 전화영어, 듀오링고, 문장 1,000개 외우기, 영어회화 앱 등.. 정말 많은 것을 시도하고 생돈을 엄청나게 날려봤기 때문에, 영어는 돈 안 드는 방법으로 하자가 첫 번째 기준이었고, 그때쯤 사악한 페북이 나의 니즈를 알고, 인스타로 스픽 광고를 꽂았다. 한 달간 체험 이벤트를 한다는 것이었는데, 속는 셈 치고 일단 해봤는데 괜찮았다. 일단 UI/UX가 되게 편하고, 튜터라고 하는 선생님도 꽤 말을 잘한다. 그리고 연간 99,000원이라는 한 달 만원이 안 되는 가격과 30분 ~ 35분 정도 분량의 부담 없는 수강시간, 만만해서 좋다.  


'독서'는 회사 출근길인 9시~10시에 아무 책이나 읽는다. 보통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걷는 시간을 제외하면 40분 정도는 읽는 것 같다. 아내가 책을 많이 사서 읽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단 책은 집에 있는 것 중 흥미 있어 보이는 것으로 그냥 고른다. 문학, 에세이, 사회과학, 경제 등등 장르에 상관없이 재밌어 보이는 것을 읽는 편인데, 가끔 회사 동료들이 추천해 주는 책도 있어서 읽을거리를 고민하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운전을 하면서 회사를 가게 될 때는 책을 읽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독서를 하기 위해서라도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근데 또 직장동료가 그럴 때는 윌라라는 앱을 사용하면 된다고 알려줬다!)


'재무회계'는 퇴근길 한 시간 동안 유튜브 동영상을 본다. 보는 콘텐츠는? 당장 필요한 것은 그냥 다 본다. 재무제표를 꼼꼼히 봐야 할 일이 있으면, 재무제표 관련 유튜브를 주로 찾아본다. 투자 관련 업무가 다가오면 VC나 스타트업 CEO가 만드는 콘텐츠를 본다. 그리고 뭔가 제출할 자료를 만들어야 할 때면, 엑셀 강의를 또 쭉 듣는다. 사실 책상에 앉아서 딱 공부를 하면 제일 좋겠지만, 솔직히 회사에서 일을 하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집에 오면 그냥 먹고 자기 바쁘다. 그래서 깨어 있을 수밖에 없는 퇴근 시간에, 최소한의 내 에너지를 써도 되는 동영상 시청을 하기로 한 것이다. 나중에는 어디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을 매일 하는 것은 아니고, 주중 5일 동안 하는데, 못한 것들은 주말에 몰아서 한다. 예를 들어 일주일 동안 월요일 영어, 수요일 운동, 금요일 독서를 못했다고 한다면 이 3개를 주말에 시간을 내서 채우는 식이다. 이러한 루틴을 내 나름의 캠페인으로 만든 것이 이 글의 제목인  '네 시간 내 시간'이다. 실제로는 4시간이 되지는 않지만, 쉬는 시간도 포함해야 되니 대충 4시간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게 나의 성장에 무슨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이제 습관으로 만든 지 한 달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어떤 큰 결과물은 없다. 그래도 아주 소소한 몇 개는 있는데 그걸 얘기를 하자면,


'운동' : 먹는 것은 그대론데(아니 오히려 더 먹을지도?) 살이 조금 빠졌다. 매주 축구시합을 하는데 순발력이 더 빨라져서 경기하기 훨씬 편해졌다. 그리고 이건 심리적인 것인데 아침에 운동을 하고 가는 날 특히 강남대로를 걸을 때면 뭔지 모를 자신감이 넘친다. 비슷하게 외부 미팅을 하느라 누군가를 만날 때도 자신감이 있다. 나 크로스핏하는 사람인데와 같은 자뻑? 때문인 것 같다.


'영어' : 확실히 발음이 좋아졌다. 처음 할 때는 많이 버벅거렸는데, 지금은 덜 한다. 아마도 매일 하니 혀가 조금 적응을 한 것 같다. 이거 외에는 아직 없다 ^-^.


'독서' : 얻는 게 정말 많다. '경양식집에서'라는 책을 읽으면서는 음식장사하시는 사장님들의 노하우 같은 포인트를 몇 개 얻었다. '경제의 99%는 환율이다'라는 책을 읽으면서는 환율이라는 개념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알게 되었다. 아마 한번 더 읽으면 좀 더 잘 알 것 같다. '걸어도 걸어도'라는 책을 읽으면서는 작가의 섬세한 풍경 묘사, 감정의 서술 등에 놀랐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플랫폼제국의미래'라는 책을 읽으면서는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의 사례를 세세하게 알게 되었고, 지금 우리 회사에서 필요하지만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몇 권 더 읽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권을 읽으면 한 두 가지 포인트는 꼭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재무/회계' : 일단, 객관적으로(외부에서) 우리 회사가 현재 어떻게 보이는지, 이걸 바탕으로 올해와 다음 연도의 재무제표는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또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 실제 일을 할 때 몇 개가 튀어나와 업무의 흐름을 깨지 않은 경험도 했다.(미라파트너스라고 재밌다.) 그리고 재무/회계라는 것에 대한 나의 인식이 바뀌게 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적어도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숫자이기 때문에, 그걸 위해서라도 계속 공부하고 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뭐 이런 거다. 


하루 네 시간을 내 시간으로 만드는데 5개월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간단히 정리를 해보자면 나는 아침 두 시간 동안 운동과 영어를 끝내고, 출근할 때 한 시간 독서를 한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이미 3개를 클리어한 상태라 벌써 기분이 홀가분하다. 잡생각 없이 일에만 집중하다가 퇴근할 때 한 시간 재무/회계 관련 동영상을 보며 집에 도착하기 전 하루 네 시간을 완성한다. 출퇴근 시간 두 시간을 활용하다 보니, 실제로 따로 시간을 들여서 하는 것은 두 시간 정도이다. 이걸 적용한 하루의 일과를 나열하면 6-9시 : 운동/영어/출근준비, 9시-10시 : 출근하면서 독서, 10시 - 7시 : 회사업무, 7시 - 8시 : 퇴근하면서 재무회계 동영상, 8시~10시 : 저녁밥 먹고 씻기. (두세시간의 야근을 하게 될 경우 12시에 하루 끝)이다.


여기서 질문이 있다. 우리 회사는 워라밸이 완벽한 회사인가? 역시 그렇지는 않다. 대충 나의 업무량은 일주일로 치면 대략 55~60시간 정도(스타트업에서 말하는 일주일 100시간은 글쎄.. 한번 수술을 하고 나니 나한테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인데, 이건 매일 2-3시간의 야근과 주말 중 하루의 반나절 정도의 추가 업무를 뜻한다. 네 시간 캠페인을 하기에는 너무 빠듯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침에 운동을 해야 되기 때문에 밤에 일찍 자야 된다.(잠을 늦게 자면 아침에 계속 헛구역질이 나와서 너무 힘들다.) 그.래.서 일하는 방식을 바꿔 버렸다. 일이 있더라도 그냥 빨리 자버리고, 아예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일하는 방식이다. 조삼모사 격이지만, 어차피 인간은 원숭이랑 비슷하니 그래도 체감 상 이게 더 나한테 맞는 듯해서 이렇게 하고 있다.


핵심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업무 특성상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한다거나, 회사와의 출퇴근 거리가 멀어 시간이 부족한다거나, 업무량이 나보다 더 많다거나, 아침형 인간이 아닌 올빼미형 인간이거나.. 각자의 삶의 특성이 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2021년 연말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았다. 며칠을 걸려서 고민해보고, 몇 개월을 걸려서 시행착오 끝에 12월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든다면, '성장하고 있다'라고 느낄 확률은 꽤나 높을 것이다. 적어도 손해 보는 짓은 아니니 시도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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