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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종 Aug 09. 2018

그래서, 공유주방이 뭔데? - 05

뭘 하냐고요? 하게 하는 게 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재미없는 글이 계속되었으니, 잠깐 쉬어가자는 차원에서 뜬금없지만 만화를 한 번 읽어보자.(나는 연차를 쓰고 만화방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다. 만화책 읽기가 공유주방 보다 우리 회사 보다 훨~씬 좋다.) '배가본드'(강백호와 서태웅이 나오는 슬램덩크를 그린 대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림)라는 작품의 한 장면인데, 생명이 위독한 엄마가 아들에게 마지막 말을 건네는 상황이다. 잠깐 사전 설명을 하자면 이 아들은 본 작품의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의 동네 친구로서, 묵묵히 무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무사시와는 달리 맨날 거짓말에 사기에 실수투성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의 구제불능의 캐릭터다. 


알고있다. 통계적으로도 그렇다. '우리 애는 천재같아' 했던 부모님께 한번 여쭤보자. 언제 내가 보통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우리 회사가 그리고 우리와 함께한 멤버들이 구제불능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모두가 매번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당대 최고의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우리는 아주 아주 평범한 보통사람이고, 2018년 현재 우리가 속한 이 F&B시장은 아쉽게도 보통사람인 우리에게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다. 암울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꼭 그렇지도 않은 법.


헤매고... 실수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하지. 


그래도 좋아. 뒤를 돌아보렴.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고...


이리저리 헤맨 너의 길은...




이다음에 올 엄마의 한 마디는 무엇일까? "옆 집 애는 지금 무사가 됐는데, 아들놈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거 도대체 내가 너 때문에 못살겠다. 이 정신머리 없는 인간아 이제라도 정신 차려!" 일까? 그것은 만화가 아니다.


근데 정말 너그러울 수 있을까? 조선땅에서는 '그거 내가 다 해봤는데 ~' 하는 꼰대가 안되면 다행이다.


"분명 누구보다도 넓을 테니까-"라는 말이 인상 깊다. 1년 동안 운영을 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내가 지나온 이 길이 '대박 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성에 차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음속 라이벌처럼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헤맸던 자신의 지난 그 길이 그리 자책만 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조금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면 결국 성공의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통사람인 우리는 분명 자책할 것이고, 다른 사람을 시기할 것이고, 절망 속에서 자신을 망치기 십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성공도 하겠지. 결국 운빨 터질 때까지 버티자!입니다.)


돌아와서, 식품 얘기를 조금 하자면, 와디즈와 텀블벅을 통해 4개의 상품을 펀딩 했다. 멤버는 다 다르지만 제품 기획, 상세페이지 제작, 펀딩 실무, 배송까지 우리 회사의 여러 분야 실무자들이 진행했다. 1101%, 622%, 956%, 701%의 결과. '실적'만 본다면 만족스럽지 않다. '제품'만 본다면 준수하다. '과정'만 본다면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사실 우리 회사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매출보다는, 단기간 내의 '브랜딩'과 '시제품화'다. 공유주방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멤버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먼저, 자신이 관심 있어하고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사람들도 과연 좋아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고, 결국 그 불안함 속에서 제품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상당히 오랜 시간을 보내며 정체한다. (물론 무사시처럼 그러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근데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두 가지 경험을 얻게 하고 싶었다. 하나는 사람들이 피 같은 자기 돈을 주고 사 먹는 이 제품을 과연 좋아할지 안 할지 시장의 냉정한 반응을 보게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이를 위해 일종의 답보(?) 상태에 놓인 모터를 한번 크게 돌려서, 불안할 생각조차 못하게 모든 총력을 기울이게 하는 것. (앞서 말했듯이 그 결과물은 브랜딩과 시제품이 된다.) 물론 크라우드펀딩이 실제 시장의 반응을 대변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 남아있지만, 위 4개 상품의 경우 그러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진행해야 할 일은 '브랜딩'과 '시제품화'가 끝난 여러 상품들 중 진짜 될 만한 상품을 대량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공유주방 개발 - 크라우드 펀딩 시제품화 - 대량생산 및 유통'이라는 3단계를 완성하고자 한다.)


약 10개월 간 진행한 크라우드펀딩 상품들. 과일야채잼/간장성게/비건마요/콤부차.


음식점을 준비하는 분들을 보면서 눈으로 확인한 놀라운 사실들을 말하자면, 셰프 출신 혹은 외식업 경험이 많다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놀랍게도 그렇다), 배울게 많은 초심자라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또 아니라는 것(이건 더 놀랍다, 젊은 꼰대랄까?), 음식점을 차린다면서 다른 집 음식은 생각보다 많이 먹어보러 다니지는 않는다는 것(무슨 배짱일까 싶다). 물론 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한 80% 멤버가 여기에 속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들에게, 너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야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메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거나, 무언가를 하라고 강제하지 않는다.


그럼 지켜만 보나? 그것은 아니다. 메뉴 출시 전 고객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품평회를 최대한 많이 개최해주고, 그 결과에 우리 의견을 곁들여 알려준다. 정기적인 위생점검, 메뉴의 원가 관리, 업계 전문가들과 네트워킹 등을 진행하며 본인들이 실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필요한 게 있으면 요청하라고 한다. 그 80%는 요청하지 않고 이것을 TASK라고 여긴다. 그렇다면 20%는? 정말 귀찮을 정도로 우리를 잘 '뽑아'먹는다. 


대표적으로 우리를 귀찮게 했던 을지로 훅트포케(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가 101-30)와 삼성동 부타이(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2동 테헤란로 88길 22)를 들어보겠다. 옆에서 지켜본 바 두 팀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다. A는 요리 비전공자이고, B는 요리 전공자이다. A는 졸업 후 오픈까지 1개월이 채 안 걸렸고, B는 오픈까지 7개월이 걸렸다. A는 혼자 운영을 , B는 팀을 구성해서 운영을 했다. 공통점을 찾는다면 하나,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매일 메뉴 개발을 하고 거의 매일 맛을 봐달라고 하고, 품평회란 품평회는 계속 참여하고, 잠깐 시간이 나면 매장을 알아보러 다니고, 하여튼 그 열정이 대단했다. 올해 오픈한 이 두 팀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나름 맛집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진심으로, 파이팅!)


고집은 상당하지만, 맛에 대한 피드백은 굉장히 열려있던 멤버들.


그럼 누군가가 묻는다. 역시나 될놈될인가요? 대답보다는 질문을 하고 싶다.


당신은 될 놈인가요, 안될 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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