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이 순간에도 술을 못 끊고 도리어 가득 취했습니다. 내 죄책감은 나의 지난 글입니다. 이것의 제목은 현타네요. 다른 말로는 조또모지리입니다.
2021.3.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얼마나 하찮은 글을 쓰고 있는지를. 그리고 이토록 쓸모없는 글을 단 한 글자도 실천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몸을.
애시당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괴로움이 들이닥쳐 몸을 허무는 동안 이 고통의 당위성에 대하여 그 누구도 입 벙긋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당위성이 아니겠냐고, 폭력이 익숙한 사람에게서 배운 철학이다. 그러나 이것을 당장에 집어치우고서라도 묻고 싶은 질문이 없다는 사실과 설령 물을 게 있어도 물을 수 없는 질문이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건 그날 이후였다.
그날이라고 했을 때, 나의 인생에도 명징한 사건 하나가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자신 있게, 그날이라고 했을 때!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그날이 되었을 때, 무기한 무기명이었던 삶이 도드라지기 시작한다. 나만 나의 마니아가 된다. 난 내 글이 좋고 난 내 삶이 만족스럽다고, 자기위안하는 것이고, 이 맥락 없는 의지 속에서 단 하나의 기회는 피어나고, 그 기회는 신기루처럼 흩어져 권태를 낳고, 권태는 묻는다 나에게,
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가!
이유 없는 괴로움. 타자 없는 고독. 불가능한 불치병. 그날은 그렇게 오고 있다. 이상한 자세로 나를 직시한다. 우리는 이가 맞지 않는다. 영원히 불편할 것이다. 글쓰기와 글쓰기를 불사하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