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수요일
안녕? 그리고 다시 받는다.
안녕?
안녕에 대한 자신의 확신은 서로의 안부에 묻어둔 채 우리는 웃는다. 아무 말 없이 웃는다. 웃음 속에 묻힌 수많은 의미들은 지금 당장 우리 인생에 필요하지 않은 것. 희박한 불행이자 색깔도 체취도 없는 슬픔이다. 그래서 이 비밀스런 관계에서 속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의심의 원동력을 안다. 매일 아침 운동을 나가고, 하루에도 몇 가지 일을 하고, 저녁에는 미팅을 잡는 사람들이 갖는 것과 똑같이. 생의 원동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의심을 안다. 누군가 그것은 의심이 아니라 호기심이 아닐까요 되물었지만, 그래서 조금은 타당한 것도 같아 어깨를 도닥여주었지만. 나는 그를 돌려보내고 분명한 말투로 되뇌었다. 의심은 의심.
이 세계는 믿을 수 없는 어둠이다. 그러나 어둠 속이 빛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촛불을 켜면서도 몰랐으니, 어둠에게 우리를 구슬리는 일쯤이야 큰 일도 아니었다. 이런 세계에서 문학을 하고 문학을 사랑하고 술 취한 작가들을 집에 데려다 주고 술에 취한 인간들끼리 서로 부축해주며 뒤틀린 골목을 곧게 걸어나가려 한다는 게, 슬프긴 하지만 어쩌랴. 그게 나의 순심인 것을. 또 너의 순심인 것을. 그러니 우리는 순진한 척 이 세계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우리끼리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저께는 어떤 소설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잘 지내지? 그건 참 되묻기 어려운 질문이군요. 그럭저럭이라고 말해 봐야 너도 별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겠군요. 그래서 난 예견된 난처함을 피하기 위해 전화를 받을 수 없었어요. 지금도 난 그에게 부재중이다. 잘 지낼 때까지 부재중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부재중일 때까지 부재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