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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인사 Feb 11. 2024

나는 생계형 엄마표 학습을 하고 있다.


엄마표 : 엄마가 만든 것

학습  : 배울 학, 익힐 습

생계형 : 살아갈 방도를 마련하기 위해 무엇을 함


나는 생계형 엄마표 학습을 하고 있다.

'엄마표 학습'. 학원을 가지 않고 엄마와 함께 공부하는 것을 말하는데 요즘에는 집표, 홈스쿨링 등 다양하게 부른다.

근데 생계형 엄마표 학습은 무슨 얘기일까?

국어사전에서의 뜻을 빌려 살아갈 방도를 마련하기 위해 엄마표 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두 아들이 있다.

처음에는 큰 아이가 6살 때쯤 아파트 언니들이 학습지를 시킨다는 말에

내가 조금만 부지런하면 아이랑 같이 공부를 해도 되겠다 싶어 시작한 게 엄마표 학습이었다.

열심히 검색을 하며 엄마표 학습과 관련된 카페를 먼저 가입하고 서점에서 자주 보았던 '기적의 한글학습', '기적의 유아학습'으로 큰 아이와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는 둘째가 갓 태어난 때라 사실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무슨 마음이었는지 한글과 수학을 직접 가르치며 공부했는데 큰 아이가 생각보다 잘 따라와 주었다.


그러면서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너무 일찍 학원에 보내는 게 싫어서

초등학교 공부와 관련한 유튜브 강의 등을 찾아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대신 큰 아이가 입학하고 학원을 보내지 않고도

공부를 할 수 있는 공부법, 교재 등을 매일 찾아보며 공부를 했다.


처음 들어보는 말들과 이 학년 때는 이런 교재를, 또 이 는 이 과목을 준비해야 한다는데 모르는 말들이 너무 많아  참 어려웠다. 어떻게 감을 잡아야 할지 몰랐고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나로 인해 우리 아이가 뒤쳐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참 많이 들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학원을 일찍 보내는 게 싫은 것도 있었지만 아주 솔직한 얘기로

여기저기 학원을 다닐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했기에 이 물고 부지런히 강의를 찾아보고 카페도 가입해서 엄마표 학습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이어나갔다.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교재를 활용해 공부단 혹은 학습단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만들어서

매주 학습일기를 정해진 기간 동안 작성하고 한 주도 빼먹지 않으면 자신들의 교재 혹은 포인트를 주는 곳이 많다.

그 덕분에 큰 아이는 물론이고 형이 가는 길을 그대로 잘 가고 있는 작은 아이도 지금까지 국, 영, 수 학원을 다니지 않고 부지런히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아무리 나 혼자 이것저것 알아보아도 우리 아들들이 따라와 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참 고마운 아이들이다.


잘하고 있는지 걱정도 많이 되고 힘도 많이 빠지고 워킹맘으로서 일하랴, 살림하랴, 아이들 공부까지 봐주랴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물론 남편과 함께 해서 든든하다^^) 어찌하리.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하면 우리 집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어쩌면 아이들의 공부에 내가 학원을 보내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지.

시작은 아이들의 학습을 위한 엄마표 학습이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인간으로 어떻게 나의  인생을 살 것인지를 엄마표 학습을 통해 배웠다.

얼마나 열심히 사는 부모들이 많은지 그리고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힘과 응원을 보내주는지 아이의 학습을 통해 난 남은 내 인생을 20대, 30대 때보다 적극적으로 살고 있다.


세 번의 임용 낙방. 내 인생에 전부였던 역사라는 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공부로서의 역사는 너무나 재미있었지만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얻기 위한 역사 공부는 매 번 쓴 맛을 맛봐야 했다.

네 번째는 꼴도 보기 싫었다. 더 이상 교육학은 물론이고 전공관련한 책들도 보기 싫었다.

그렇다고 임용 이후의 삶에 대해 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이리저리 살다가 오랫동안 만나고 있던 남자친구와 결혼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 추천으로 대학교에서의 조교 생활을 하며 앞으로는 유아와 관련한 직업이 뜰 거라며 고모는 유아교육과를 추천했고 공부하는 걸 딱히 싫어하지 않는 나의 성격 덕분에 방송통신대 유아교육과에 편입하여 열심히 또 공부해서 자격증을 땄다.

30대에는 아들 둘을 낳아 기르며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이런 나에게 인생을 생각하며 무엇인가를 도전하도록 한 엄마표 학습.

엄마표 학습 덕분에 다양한 신간 동화책은 서평을 통해 따끈한 신간으로 만나볼 수 있었고, 문제집 체험단까지 영역을 넓혀 엄마표 학습에 든든한 무기를 장착할 수 있었다.


내 아이가 아직 좋은 대학을 가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직업을 가진 게 아니라 사실 엄마표 학습에 대해 좋다, 나쁘다, 성공했다,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다.

또 아이가 공부가 힘들어서 학원엘 보내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삶이 20,30대 때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하였고, 육아로 잠시 손을 놓고 있었던 독서도 더욱 부지런히 하게 되었고, 이렇게 브런치에서 주저리주저리 글도 쓰고 있다.


마흔에 접어들면서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요즘의 나.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무엇일까 늘 고민을 하고,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마흔 이후의 삶을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살던 20대가 그립지만

또 적당한 걱정과 결핍에 안주하지 않고 무엇이든

하려고 일어서는 40대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삶을 사랑해보려 한다.


아이들이 어엿한 성인이 되어 더 이상 생계형 엄마표 학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때.

그럼 그때는 마침표를 찍겠지?

아이들의 멋진 인생과 더불어 나의 멋진 인생은 계속 이어질 거라 믿고 오늘도 난 아이들과 함께 생계형 엄마표 학습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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