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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내댁 Mar 05. 2019

이직에 대한 단상

사실 나에게 이직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이직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직장도 첫 면접을 본 곳이었는데 덜컥 합격해버렸고, 두 번째 직장은 전직상 선배가 추천해준 곳이라 면접 때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한 내용에 대한 설명이 인터뷰의 주된 내용이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세 번째 직장도 몇 군데 떨어지고 붙은 곳이라 사실 아주 어렵게 입사했다고는 할 순 없다. 취업준비생이 들으면 매우 기분 나쁜 스토리이겠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학교 운은 지지리도 없었지만 회사 운은 조금 따라줬던 것 같다. 물론 20대여서 이직이 쉬웠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작년 결혼 이후 거의 1년 넘게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데 최종 합격의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아이 없는 기혼이 이직시장에서 가장 기피대상이라지만, 가장 이직이 활발한 대리-과장 일 때 옮기고 싶어서 여기저기 지원하고 면접도 곧잘 보지만 아직까지는 오라고 하는 곳은 없었다. 어쩌면 그들도 나의 번아웃을 직감하고 큰 열의를 보이지 않다는 이유로 탈락을 시켰을까. 


인터뷰를 보러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신입이 아닌 경력직 이직은 참 복합적인 부분을 보고 평가하는 것 같다. 여러 회사들이 질문하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는가 하면 굳이 이런 것을 물어보나 싶은 이상한 질문도 많이 받는다. 1시간 안에 최대한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가치관을 끌어내는 것이 면접관으로써도 쉽진 않겠지만 그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구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업계가 다르면 왜 업계를 옮기고 싶은지, 직무가 다르면 다른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전 직장이 크고 좋은 회사면 왜 옮기려고 하는지, 인원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꼬집어서 물어보곤 한다. 나는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영어가 아닌 한국어 면접은 당장 시작한다 해도 떨리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능력이 있어서 라기보다, 나도 그 회사를 면접한다는 생각으로, 그들이 던지는 질문에 내 상황과 경력을 조합하여 원할만한 답변을 내놓으면 으레 좋은 피드백을 받곤 했었다. 


하지만 30대가 들어서 봤던 면접들은 열심히 보면 볼수록 결과는 좋지 않았고,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패닉에 빠져있다. 결국엔 마지막 한 군데만 붙어도 성공하는 게 이직이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6년 가까이 지금의 회사를 다니면서 그래도 간간히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그동안 변한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걸까? 혹은 이 정도의 간절함으로는 기회를 주시지 않는 걸까? 


만약 이직에 성공한다고 해도, 추억은 미화된다고 하는 말처럼 전 직장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히 생길 것이다. 그것을 미리 감지한 신이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 물 흐르는 대로 살고 싶으면서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과연 언제쯤 옮길 수 있을까. 나도 앞으로의 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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