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사정으로 당분간 이직이 힘들 것 같다 아니, 이직을 하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현실에 안주하면서 워라밸을 지켜나가는 것. 말을 이렇게 하지만 세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마감은 내 정신을 쏙 빼놓고 영업팀 사람들과 욕만 없는 무시무시한 단어와 문장들을 내뱉어야 결국엔 끝이 나는 일들을 하고 있다.
6월이 되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2013년 6월에 입사했으니 벌써 꽉 채운 6년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무얼 했나. 무얼 배웠나. 나는 얼마나 성장했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풍선들이 허공을 떠다니는 요즘이다. 막내로 입사했고 아직도 막내인 관계로 본의 아니게 팀 업무의 A부터 Z까지를 훑게 되었고, 일부 업무는 우리 팀에서 나만 숙지하고 있는 일도 있다. 그래서 가끔 휴가 때에도 전화를 받아야 하지만.
보통 한 조직에서 3년 정도면 모든 업무를 흉내 낼 정도는 된다는데 나는 그 두배인 6년을 보냈다. 참 시간이 빠르면서도 세월이 너무 빨라 야속하다. 20대 중반에 입사해서 30대 초반이 되었고 그동안 안팎으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숙할 수 있는 기회였고 더불어 지극히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6년 동안 업무 외적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하긴 했었다. 헬스, 필라테스, 테니스, 골프 등을 배웠고 토익, 빅데이터 자격증 시험을 쳤고 공인중개사 학원도 다녔고 공연 연출 아카데미도 다녔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6년 치고는 꽤 많은 것들에 도전을 했나 싶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점은 모두 짧게 짧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직장인이 업무 외적으로 무언가를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아직도 퇴근하고 무엇을 배우면 좋을지 항상 고민이다.
다른 사람처럼 번쩍번쩍한 버킷리스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인생에서 딱 한 가지 이루고 싶은 것은 나의 책을 내는 것이다. 20대 때는 아주 부끄럽지만 자서전을 내는 것이 꿈이었지만 현실적인 30대가 된 지금은 작은 에세이 한 권을 내는 것이 내 소망이다. 그런 이유로 습작 겸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있다. 조금씩이나마 연습을 하게 되면 언젠가는 내 책을 낼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
주기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고 독서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글을 쓰는 것 같다. 물론 첫 문장을 짓고 나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써내려 가지만, 글을 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참 어렵다. 마치 헬스장에 가면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일어나서 헬스장까지 가는 발걸음이 천리길인 것처럼.
도전이 없는 인생은 그냥 연명하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라도 내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싶은 젊은이이고 싶다. 이렇게 살다 보면 더욱 멋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존경, 존중보다는 내 젊은 날을 후회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