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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X의 사유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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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완 Mar 20. 2024

날개 달린 물고기

2024년 3월 1일 은퇴를 선언한 축구선수 임민혁을 아시나요?

아마 저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알지 못할 것입니다.  K리그 2부 리그에서 후보 골키퍼로 뛰다 서른 살의 나이에 이른 은퇴를 한 선수를 기억하는 이들은 드물 것입니다. 그의 커리어는 프로 통산 30경기 출전에 1부 리그는 고작 3경기 출전이 전부입니다. 선수 생활 내내 스포트라이트 한 번 받아보지 못한 그가 은퇴를 하며 자신의 인스타에 남긴 글이 큰 화제가 되며 세상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평생을 축구만 하며 살아왔지만 국가대표는 고사하고  소속팀의 주전 골키퍼도 아니었던 젊은이가 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너무어른스러운 말을 남기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용기를 줍다. 그의 축구 인생 은퇴사이자 새 인생 출정사를 요약해 보았습니다.


<제 축구 인생은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쟁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휼륭함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기에 미련 없이 떠납니다. 저는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3월 1일! 새로 시작하기 날씨도 딱 좋네요. 여기저기 축하 만세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축구 행정가를 꿈꾼다고 하는데 작가가 되어도 좋을 필력을 가졌고, 글의 행간에서 훌륭한 인성이 엿보입니다. 이 글이 화제가 된 이유는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신화는 소수의 이야기이지만,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다수의 평범한 일상입니다. 저도 얼마 전 임선수처럼 이른 은퇴를 하였습니다. 임원은 고사하고 부장도 되지 못하였으니, 성공한 직장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 살의 임선수처럼 오십 살의 저도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는 20세기에 출근하여 21세기에 퇴사하였습니다

IMF 출근하여 2002 한일 월드컵, 2008년 금융 위기와, 코로나는 터널을 통과한 후에야 퇴사하였습니다. 그 시간 동안  달과 가까이 있던 집의 고도는 낮아졌지만, 시에서 점점 멀어져 회사보다 판문 더 가까운 경기도의 한 도시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리고 출퇴근 왕복 4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하루의 반을 회사에서 나머지 절반의 시간을 침대와 길 위에서 보냈습니다. 이 지쳐가는 와중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은 오히려 단단해졌습니다.


그리고, 25년이란 시간을 견뎌낸 나의 근면은 격려하지만 성실이란 말로 스스로를 새장에 가둔 건 아닌지 돌아보았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사원증을 반납하고 시간과 자유를 되돌려 받았습니다. 이제는 공학적으로 잘 설계된 건물의 대체제가 아니라 허술하지만 나의 취향이 반영된  집을 짓는 설자로 살아보려 합니다. 


저도 임선수처럼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우려와 걱정이 아닌 저의 용기에 격려를 보내주어 적잖이 당황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도전과 일상의 변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막대한 자본과 풍부한 경험,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이 아니라 용기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저 타인의 용기를 관망하며 자신의 삶읊 원망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았으면 합니다. 인내라는 단어로 자신을 변호하고 있는지, 성실을 미덕이라 여기며 자신의 비겁함을 감추려 하는 건 아닌사유해 봅시다. 새장 안에서 퇴화한 공작새로 살 것인지, 세상을 유영하는 날개 달린 물고기로 살 것인지는 오직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제가 비밀하나 알려드릴까요? 

새장문은 언제나 열려있었습니다. 걸쇠가 잠겨있다고 착각했을 뿐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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