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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완 Sep 15. 2024

성공하고 싶다면 부모의 말을 듣지 마라.

<어릴 때는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살고, 어른이 되면 부모가 걸어온 길을 부정하기 위해 산다. 그러나 진정한 독립은 둘 모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술인지 달빛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취한 어느 밤, 싸이월드 감성으로 SNS에 올린 글입니다. 다음 날 생각보다 많은 반응이 있었고, 이 글에 공감한 많은 이들은 저처럼 다 자란 어른들이었습니다. 

 늦은 아침 커피를 마시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 사유해 보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거절한 프랑스의 작가이자 위대한 철학자인 장폴 사르트르는 ‘나는 아버지가 없어서 오히려 자유로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목 중 하나인 선동죄의 키워드는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의 말을 들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청년들이여! 어른들도 정답을 모른다. 정답은 너희들이 직접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고, 세상과 부딪혀야 한다.”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경직된 사회일수록 충효사상을 강조합니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맞이할 당시의 아테네 상황도 그랬습니다. 

 최고의 부모는 자식의 꿈을 응원하는 방관자이다.

두 명의 위대한 철학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저의 생각을 덧붙여 봅니다. 부모는 냉철한 가이드가 되기 어렵습니다.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길로만 유도할 수밖에 없으며, 도전이라는 지름길로 안내하기 어렵습니다. 부모가 생각하는 안정은 주관적이며, 문명의 급속적인 발달로 안정성을 보장하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80년대에는 온 나라의 어린이가 주산학원을 다녔습니다. 당시에 다가올 미래에 주산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거라는 것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스마트폰과 분유병을 양손에 쥐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세계적인 석학조차도 안정적인 직업을 예측하기 어려운데 부모가 무슨 수로 알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성인이 될 시기에 그 직업이 존재할지 조차 알 수도 없는 것이 21세기의 현실입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자녀의 직업을 의사나 대기업 직원으로 정해놓고 마음이 조급해진 부모가 많습니다. 자식의 직업을 자신이 미리 정해놓은 부모의 태반이 해당 직업에 종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직업의 단점도 알 수 없으며, 자식의 취향에 맞는지는 고려하지도 않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자식을 위한 것인가요? 혹시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까요?

 자녀 교육을 위해 부모가 너무 애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빅데이터 전문가도 있습니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스탠퍼드 대학 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후 그는 구글에서 공개한 '구글 트렌드'라는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며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의 첫 저서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또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요. 

 그는 두 번째 저서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서도 흥미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성공의 기준을 경제적 성과로 한정한다면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대부분의 걱정은 쓸데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자녀 교육을 위해 너무 고민하지 말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빅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그의 분석에 따르면 부모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이 매우 적으며, 자식들은 부모의 노력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대부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조건은 부모의 뜻에 따라 꿈이나 진로를 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부나 명예와 상관없이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도 포함됩니다. 부나 성공을 얻기만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만족은 완전히 별개의 것입니다. 


 만약 자신의 부모처럼 살고 싶다면 부모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부모와 다르게 살고 싶다면 부모의 조언을 따르지 않는 것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자신의 취향과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 사유해야 합니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타인이 아닌 자신이어야 합니다. 당연해 보이는 말 같지만 많은 현대인들이 자신에 대해서 남에게 질문합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을 아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동안 맞이하게 될 고난을 스스로 이겨 내야 합니다. 남의 곁에서 잠시 쉬어 갈 수는 있으나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믿어야 하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 뿐입니다. 우리가 영웅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스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부모 잘 만나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거나 존경을 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자기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 갈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요리사는 저의 학창 시절인 20세기에는 각광받지 못하는 직업군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에는 멸종 직전의 주산학원장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진 직업이 되었습니다. 어떤 요리사는 의사나 대기업 직원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기도 합니다. 그러나 20세기에 자식이 요리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선뜻 반기는 부모들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셰프가 되는 과정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자신의 텃밭에 직접 고른 씨앗을 뿌리고, 수확한 식자재를 짊어진 채 고갯길을 넘어본 자만이 자신의 주방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열어준 호화로운 식당에서 남이 가져온 과실주를 마시며 반찬 투정을 하는 자를 셰프라고 하지 않습니다. 

 한 번뿐인 자신의 만찬을 위해 고유한 레시피로 지난한 조리의 과정을 반복한 자 만이 자기 인생의 셰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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