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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완 Sep 13. 2024

인생의 전환점은 파도를 타고 온다

 혹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이란 책을 읽어보셨나요? 책 자체로도 좋았지만, 저는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과정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흥미로운 프리뷰가, 책을 읽은 분들에게는 책 내용이 아닌 책 자체에 관한 간간한 프리뷰가 되길 바랍니다.   


 먼저 애칭 메트로도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대해서 간략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메트는 1866년 파리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이들에 의해 추진된 대형 문화프로젝트로 1870년 개관하였습니다. 뉴욕의 맨해튼 5번가 센트럴 파크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뉴욕 주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면적이 7만 평에 이르는데 축구장 25개를 합친 크기입니다. 300만 점의 작품을 보기 위해 찾는 연 관람객만 700만 명에 이르며 영국대영 박물관, 루브르,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불립니다. 전시실에 걸려있는 수많은 작품이 메트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4%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세계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뉴욕에서 이 정도 규모의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이 과거 세계 최고의 국가로 불리던 미국의 힘이었습니다. 미술관은 입장료 없이 오직 기부금으로만 운영되었는데, 이제는 30불의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미술관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센트럴 파크 주변 풍경도 멋지다고 합니다.

 메트에는 한국관도 있는데 아직 그 규모는 크지 않고, 2023년에 개관 25주년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에는 우리나라의 설화수와 메트가 협업을 했고, 메가박스는‘ 메트 오페라 22-23 시즌’을 단독 상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24년 9월부터 한국의 설치미술가 이불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K미술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아마존 40주 연속 베스트셀러이고,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책 TOP3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AP통신 등에서 극찬을 받으며,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책은 작가 패트릭 브링리의 데뷔작입니다. 이쯤 되면 작가의 인생이 궁금해집니다. 그는 2004년부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세계최고의 인문교양 잡지 ‘뉴요커’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인생 앞에는 장애물 하나 없는 꽃길만이 펼쳐져 있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생활 5년 차가 되던 2008년 결혼을 며칠 앞둔 그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집니다. 이 비보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고 그를 꽃길에서 끌어내려 시궁창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자신의 멘토이자 각별한 사이였던 친형이 암으로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결혼식이 열려야 했던 날, 형의 장례식이 열리는 인생의 비극이 펼쳐진 것입니다.

 서른 살도 안 된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충격은 실로 컸습니다.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그는 안정된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센트럴 파크에 낙엽이 떨어지던 어느 가을, 그는 세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도망치기로 결심합니다. 그가 숨은 곳은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라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었습니다. 

 전도유망한 직장을 포기하고 그는 메트의 경비원으로 취직을 했습니다. 이해알 수 없는 행동과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집니다. 그러나 육체를 사용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기도 합니다.


 작가는 7만 평의 공간에 300만 점의 작품을 보유한 이곳에서 10년 동안 경비로 일했습니다. 하루 8시간 동안 서 있다 보면 다리는 아프지만, 거장들의 작품을 보며 마음을 치유받았고, 미술관에서의 십 년을 회고하며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사실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재미가 배가 되는 책입니다. 그러나 예술작품에 대한 설명만 있었다면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책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600명 경비원들의 사연과 관람객들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펼쳐집니다.

 작가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술관을 올바르게 관람하는 방식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올바른 방식은 없습니다. 미술관 큐레이터, 고대 이집트인, 르네상스 화가도 답을 몰라요. 그냥 사람들이 없는 아침에 미술관에 와서 조용히 작품을 바라보세요. 필요한 건 오로지 작품을 마주하고, 마음껏 해석할 용기입니다.”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 올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에서 굳이 방향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작가도 형이 죽지 않았다면, 견고한 뉴욕의 빌딩 숲에서 월급을 받으며 승진을 위해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부장은 되었겠지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는 결코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생에 닥치는 시련이 때로 터닝 포인트가 됩니다. 막상 시련이 닥치면 이겨내느라 인지하지 못하지만, 시련을 계기로 우리는 더 성장합니다.


인생은 바다를 닮았고, 바다는 인생을 담았습니다.

파도가 없는 바다는 없으며 파도가 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작은 파도는 항해를 고되게 하지만

더 큰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와 경험을 남기고 소멸합니다.

파도를 넘는 중이라면 아직 침몰하지 않았다는 뜻이며,

시련을 겪는 중이라면 아직 살아있음을 의미합니다.

소멸하지 않는 파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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