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2 강연은 꿈이었지만 막상 일정이 코 앞으로 닥치니 긴장으로 잠까지 설쳤다.
오전 9시에는 중년을 위한 인문학 강연 '오십에 회사를 그만둔 세 가지 이유'를 2시간 동안 진행하고, 다시 경기도 남부로 이동하여 1시 30분부터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역사 강연 "조선 명화의 비밀"을 소화하는 일정이다.
경기도 북부에서 노량진까지 출근 인파를 피하기 위하여, 6시에 집을 나섰다. 두 강연 사이 식사 시간이 애매하여 HJ가 싸준 김밥을 가방에 담고 일단은 소풍 가듯이 집을 나섰다.
전혀 다른 주제로 전혀 다른 세대에게 나의 생각을 들려주는 일은 회사를 다녔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특히 스무 살 이후 아이들과 1시간 이상 교감을 한 경험이 없는 나는 중학교 강의가 더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나는 아이들을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가 없으면 못 살고 만나면 좋아죽는 타입은 결코 아니다. 그게 그건가?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나는 중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2시간의 강연장에서 누구보다 신나서 떠들어 됐고, 아이들과의 호흡도 환상적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싸인을 요청할 때는 내가 뭐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남기며 나를 울렸다.
"학교 도서관에 작가님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서점 가서 샀어요. 여기에다 사인해주세요."
" 진짜로 너무 재미있었어요. 또 와주세요."
나는 이날 강연료도 받고, 아이들에게 에너지도 받았으니 꿩도 먹고 알도 먹은 격이다. 도파민이 넘친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도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아! 진짜 회사 때려치우길 잘했다. 이제 학교 강연 거절 안 하고 다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