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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 Dec 06. 2024

어차피 유치인데 꼭 치료를 해야 하나요?

 지켜줘야 할 때가 있다

  "유치인데 그냥 발치하면 안 되나요?"


 가끔 보호자분들 중에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은 금액이 문제다. 하지만 발치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너무 일찍 발치를 하면 저번에 설명한 대로 공간이 좁아진다. 그럼 영구치가 가지런히 나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양치가 어려워지고, 영구치열에서 우식이 더 많이 생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면 “그냥 뽑고 공간유지 장치를 사용하면 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공간유지 장치야말로 교정치료라 대부분의 치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결국 너무 늦기 전에 예방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식이 자주 생기는 아이들은 3개월에 한 번씩, 스스로 관리를 잘하는 아이들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보험 재료를 이용한 간단한 치료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금액이 부담스러운 부모님들은 대개 시간조차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중학생 아이가 치료가 필요해 보호자께 설명을 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 집이 어려우니까 엄마한테 꼭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경우 환아는 체어에 누워 있고, 나는 내 뒤에 서 계신 보호자분께 비용 설명을 드린다. 하지만 그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무심한 폭력이었는지. 바꾸려고 노력해 보지만, 여전히 바쁜 와중에 변화하지 못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요즘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사는 곳이나 부모님의 직업에 따라 무리가 나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물론 아이들이 세상의 현실은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적어도 유치가 남아 있는 나이 동안만큼은 그런 현실로부터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도 유치처럼 지켜줘야 하는 때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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