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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 Dec 13. 2024

진정치료로 할 수 있을까요?

치과 트라우마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에게 약을 주사하고,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강제로 잡아 입을 벌리고, 입에 물을 부어 넣는 엄청난 고문의 과정이 현대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이라는 선한 의도를 위해 진료실에서는 매일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비명과 고통, 그리고 트라우마를 걱정하는 보호자분들이 많아지면서 진정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처음에는 수면치료를 해서 아예 의식이 소실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러 오신다. 그러나 대학병원에서도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의식이 소실되는 치료는 위험이 많아 전문 마취과 의사가 있는 전신마취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시행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아치과에서 하는 진정치료는 무엇인가? 의식이 소실되는 것은 아니지만, 긴장을 풀어주는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 엉덩이 주사나 마시는 물약으로 투여하게 되는데, 술에 취한 것처럼 긴장이 풀리고, 약이 정말 잘 듣는 아이들은 자기도 한다. 하지만, 술에 강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전혀 통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더욱 격렬하게 울면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비명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묶어놓고 치료를 하게 되는데,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까 술자인 나 스스로도 걱정되는 상황이 생긴다.


  그 와중에 문밖에서 아이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보호자분들을 보면, 처음에는 이게 옳은가 하는 심각한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은 치료에 아이는 울고 어머니는 밖에서 펑펑 우는 걸 보면, 별거 아닌 거에 반응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유튜브에서 본 자녀교육 영상이 있는데, 아이가 넘어진 같은 상황을 두고 한 부모님은 걱정스럽게 달려오니 아이가 우는 반면, 다른 아이는 똑같이 넘어져도 보호자가 허허 웃으면서 일으켜 세워주니 아이도 머쓱하게 방긋 웃는 그런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프고 심각한 상황도 있지만, 그저 별거 아닌 일이라 여기며 웃어넘길 상황도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정말 간단한 충치 치료에도 전신마취를 한다고 한다. 반면, 봉사활동으로 간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이들이 주사나 아픈 치료를 받아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치과의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라가 발전할수록 아이들이 조금만 힘들어도 걱정하는 경향이 커지고, 이에 따라 아이들의 인내가 사회적으로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게 섬세하게 마음을 보듬어주고 설득하는 것이 정서에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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