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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 Dec 18. 2024

때우는 게 맞나요, 씌우는 게 맞나요?

선택의 기로

“한 치과에서는 단순히 때우기만 하면 된다는데, 다른 병원에서는 씌워야 한다고 하네요.”

 이 질문은 대학병원까지 찾아와서 판결을 받으려는 보호자들에게서 두 번째로 흔히 듣는 이야기 같다. 소아치과에서 때운다고 하면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험이 되는 글라스 아이오노머, 다른 하나는 보험이 되지 않는 레진이다. 반면 씌운다는 것은 주로 기성 금속관을 의미한다. 각각의 재료와 방법에는 분명한 장단점이 있다.


  글라스 아이오노머는 색이 하얗고 심미적이지는 않지만, 우식 예방 효과가 있다. 치료가 간단하고 빠르게 끝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협조도가 낮은 아이들에게 유리하다. 다만 레진보다 재료가 잘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레진은 치아와 비슷한 색으로 심미성이 뛰어나며, 글라스 아이오노머보다 잘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대학병원 기준으로 하나당 12~1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반면, 기성 금속관은 탈락 가능성이 적고, 치아를 봉쇄해 2차 우식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씌워 놓으면 발치 시기까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아 삭제량이 많아야 하고, 은색이라 심미적이지 않으며, 비용도 16~20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대부분 글라스 아이오노머는 비용이 부담되거나, 1~2년 내에 빠질 예정인 치아나 예후가 좋지 않아 비싼 재료를 쓰기 어려운 경우에 사용한다. 또한 아이의 협조도가 낮아 치료를 빨리 끝내야 할 때도 이 재료를 선택한다.


  문제는 레진과 기성 금속관 중에서 결정할 때이다. 우식(충치) 범위가 작으면 보통 레진을 선택한다. 그러나 4세부터 입안 곳곳에 우식이 퍼져 있는 아이들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에 치료한 부위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주변에도 우식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때운 치아는 재료와 치아 사이에 생기는 작은 틈에서 세균이 자라면서 다시 우식이 생길 위험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10년은 써야 할 치아를 위해 금속관으로 덮어주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결국 치료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치아가 빨리 썩는 아이에게는 예방적 차원에서 기성 금속관을 씌우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레진으로 때우고 관리를 병행하며 자연치아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우식 범위가 넓거나 여러 군데 충치가 있는 경우에는 바로 기성 금속관을 선택한다.


  보호자들에게는 치료 선택지를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보호자와 치과의사 모두에게 이 선택이 쉽지는 않다. 예전에 레진으로 치료했던 치아가 결국 재료가 떨어져 기성 금속관으로 전환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금속관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대로, 발치 시기까지 레진으로 잘 유지했던 아이들을 보면 레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험 많은 치과의사라면 환자의 성향과 입안 상태를 보고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면허를 얼마 되지 않은 나로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찾아보니 최근 치과에도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우식 위험도를 분석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기술 발전이 치과의사의 판단력을 대체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다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해지리라는 기대감도 크다.


 일단은, 오늘도 선택의 기로에서 답을 찾아 고군분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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