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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 Dec 20. 2024

우리 아이도 봐줄 수 있나요?

스페셜 헬스 케어 니즈 : 특수한 고려가 필요한 환자들

  스페셜 헬스 케어 니즈라는 표현은 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장애를 강조하지 않고 단지 특수한 치료가 필요할 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소아치과에서 갑작스럽게 장애 환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병원 소아치과는 장애 환아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행동조절이 어려운 환자들, 즉 말로 설득해서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을 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각종 속박 기구와 입을 벌리는 기구가 준비된 소아치과는 장애 환아들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혹시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몇 가지 혜택을 소개하자면, 정부는 장애인의 구강 건강 개선을 위해 권역 구강장애인 진료센터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경증 장애인은 10%, 치과 중증 장애인은 30%, 기초생활수급자는 경중에 상관없이 50%를 지원받는다. 또한, 장애인 가산 시스템이 적용되어 병원이 일반 보험 수가의 3배를 받을 수 있어 병원에서도 장애 환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협조도가 낮은 환자를 치료하려면 인력이 두 배 이상 필요하고, 치료 시간도 다섯 배 이상 소요된다. 환자가 움직이다가 사고가 날 위험이 높고, 의료진이 피해 보상의 부담까지 안아야 하므로 일반 치과에서는 장애 환자 진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보호자들은 대학병원을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대학병원 소아치과에서 장애 환아의 비율이 일반 치과보다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의료진이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사례가 교상이다. 교상은 사람이나 동물에게 물려 생긴 상처를 말한다. 소아치과 의사라면 한 번쯤 경험할 법하다. 두려움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아이에게 물리면 유혈사태로 이어질 때도 있고, 피가 나지 않더라도 매우 아프다.


  나 역시 지적장애 환아에게 본을 뜨다가 물린 적이 있다. 찰흙 같은 재료를 입에 넣고 3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과정에서 환아가 손가락을 물었다. 너무 아파 비명이 나왔지만, 슬프게도 주변의 다른 비명 소리에 묻혀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이 이 친구에게 본을 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손을 뺄 수 없었다. 다행히 추가적인 공격은 없었고, 본은 무사히 떠졌으며, 손가락에는 별다른 상처가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다시 내 손을 가져가더니 ‘호’ 하고 불어주었다. 마치 미안하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 순간 감동받았다. 아픈 손가락은 여전히 얼얼했지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물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끔 있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물었다면 그것은 그만큼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그 사람은 너무 미안해서 아이처럼 손을 다시 가져가 ‘호’를 해주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를 상처 입혔다고 느낄 때 주저하지 말고 용기 내어 진심 어린 사과의 제스처를 취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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