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마음에게 시간을 주자
오늘은 나의 질문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주사도 잘 맞고, 수술을 해도 가만히 있으며, 약간의 불편감을 호소할 때도 잘 참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를 보며 어떻게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었는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키울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어머님께 아이를 어떻게 키우시는지 물어보았다. 어머님께서는 단순히 미리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씀하셨다.
전날부터 치과에 갈 일과 주사를 맞을 때 조금 아플 수 있음을 설명하시며, 직접 (꼬집으면서) "이 정도만 아플 거야"라고 알려준다고 한다. 또한 물이 많이 나오더라도 아프지는 않을 것이며, 아프면 선생님이 멈춰줄 것이라는 점도 미리 이야기하신다고 했다. 당일 아침에도 아이의 컨디션을 물어보고, "오늘은 같이 신나게 치과에 가자"라고 말하며 출발한다고 하셨다.
반면, "돈가스 먹으러 가자"며 치과로 데려오는 부모님도 종종 계시는데, 처음에는 농담처럼 들렸지만 정말 그런 경우가 있었다. 가장 난감한 상황은 "하나도 안 아플 거야"라고 말하며 데려오는 부모님이다. 아이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서, 손만 닿아도 아프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공포영화를 보다가 뒤에서 누가 손만 대도 깜짝 놀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니까, 아프지 않은 치료조차도 최소한 마음은 아플 수 있다.
또 마음의 준비는 의사에게도 중요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종종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멀리서 온 보호자가 "오늘 치료를 할 수 없냐"라고 물으셨고, 보통은 응급이 아니라면 당일 진료를 하지 않지만 그날은 보호자가 너무 힘들어 보여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이가 너무 많이 울고 발버둥 치는 중에 작은 기구를 놓쳐 아이 입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사고가 있었다.
응급실로 급히 데려갔지만 다행히 기도로 들어가지는 않았고, 어렵게 병실을 구해 입원시켰다. 결국 3일간 입원한 끝에 기구는 똥으로 배출되어 아이는 퇴원할 수 있었다. 그 3일 동안 아침저녁으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며, 만약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 피가 마르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빨리 하려다가 오히려 3일을 돌아간 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 김에"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시간적 여유가 없지 않다면 당일에 치료를 해드리는 것이 상식적으로 더 좋다고 생각된다. 다시 약속을 잡고 내원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단순 상담만으로 보내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와 의사 모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번 멈추어 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