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문다.
고성에서의 세 번째 겨울을 보낸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람이 오고 가고,
일들이 오고 가고,
마음이,
인연이,
많은 것들이 오고 갔다.
무엇은 머물렀고,
무엇은 잠시도 머물지 못하고 떠났다.
또 무엇은 머물지 못하게 내가 밀어냈고,
그렇게 나는
가장 나다운 것들만, 나다운 일들만, 나다운 사람들만
담는다.
그렇게 내 그릇이 만들어졌다.
누군가의 그릇은 크고 깊어 넉넉히 담지만
나의 그릇은 내 모양으로 생겨
꼭 나다워야만 담을 수 있다.
나다운 것만 담겨
나답게 생각하고
나다운 마음만 주고받는다.
어떤 일을 제안? 받고, 한동안..
제안한 사람이, 제안받은 일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를 생각하다가
다시,
제안한 사람에게, 제안받은 일을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나.로 바꿔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오늘, 제안한 사람들과 다정한 밥 한 끼를 하며,
나다운 방향으로 가면 어떤 순간에도 실수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실망하지 않고,
나를 잃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나답게 행동할 수 있게 해 준,
그 사람들에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