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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보자 Jul 23. 2022

어느 날, 우연히 독립서점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

책을 좋아한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책을 읽는 것보다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사놓고 안 읽는 책도 많다. 그럼에도 크게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갑자기 눈에 들어 읽게 되는 경우도 있고, 책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고생 끝에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에 대한 응원이라고 생각해서이다.


2년 전,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 갈 때 가장 고민했던 물건들이 책이었다. 책을 갖고 이사를 갈지 말지를 놓고 한참을 생각했다.


‘새로운 책이 계속 출간되는데 이 책들을 과연 다시 읽게 되는 날이 있을까.’

‘그러면 이번 기회에 어느 정도 정리를 하는 것이 더욱 낫지 않을까.’


이삿짐센터를 이용하지 않고 홀로 포장에서 정리까지 차 한 대로 여러 번에 걸쳐 이사해야 했기에 짐은 최소화할수록 좋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옷, 인테리어 소품, 문구류 등 잡동사니들은 버렸지만, 책은 버릴 수 없었다.


책도 단순한 물건이기에 짐을 덜 수 있었지만, 책을 읽을 때 그 순간만큼은 감정을 나눈 매개체라는 생각에서인지 이것들을 분리수거하는 곳에 내놓는 것이 나의 일부를 길가에 버리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렇다고 지인들을 초대해서 나눠주자니 지인도 많지 않았고 집도 너무 좁았다. 그래서 일단 다 노끈으로 꽁꽁 싸 들고 올라왔다.


 책을 갖고 올라오긴 했는데 어떻게 정리해야 될지가 문제였다. 우선 새집으로 이사 왔으니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집을 깔끔하게 꾸미기로 결심했고,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소개되는 독립서점의 자유롭고 재미진 느낌이 풍겨 나오는 것처럼 진열하고 싶었다. 이왕 서울로 올라왔으니 말로만 듣던 연남동이나 이태원의 독립서점을 직접 가 본 후 직접 느낀 감성을 집에다 구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사를 하고 가구를 새로 구매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일이었다.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그릇과 조리기구들을 구비하는 것도 당초 예상보다 더 신경 써야 될 부분이었다. 책들은 마지막까지 방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다가 점점 집이 정리되어 가면서 눈에 걸리는 존재가 되었고, 더 이상 책들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전에 무난한 책장을 사서 진열했다. 그렇게 독립서점을 방문할 중대한 이유가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잡은 책장


그러다 올해 여름 어느 날, 커피를 마시던 중 문득 독립서점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슬슬 돌아다녀 보고자 했다. 생각이 떠오른 김에 바로 가기 위해서 내가 살던 동네의 독립 서점을 검색해 봤다. 가장 가까운 곳부터 하나하나 확인했는데 독립서점이 아닌 일반 서점이거나, 학교 앞의 참고서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곳을 발견해 블로그를 들어가 봤는데 첫인상이 좋았다(서점 이름부터 감성적이었고 사진들도 따뜻했다). 그렇게 블로그의 글을 보던 중 한 문구가 눈을 스쳐 갔다.


독립출판/ 다음에는 작가로 만나요! 독립출판 책 만들기 수업



책방지기님이 독립서점과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며 경험한 독립출판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시고, 지원자들끼리 각자가 만들 출판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제작하는 과정이라고 소개가 적혀있었다.


글이 올라온 지 어느 정도 지났지만, 다행히 선착순이 아닌 신청 후 선정방식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이거지. 이거지. 이런 걸 해 봐야지’


지금은 독립서점 나들이 갈 때가 아니라고 마음을 급히 정리한 난 블로그에 첨부된 링크를 타고 들어가 독립출판 수업 신청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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