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이 왔다. 제목을 보는 순간 느낌이 왔다.
독립출판 수업 아쉬운 말씀 전합니다.
지원자가 얼마 없을 거라 생각해서 당연히 선정될 것이라고 믿었다. 올여름 독립출판에 열정을 불사르려고 했던 나의 계획이 물을 끼얹은 장작처럼 치이익 식어갔다. 이 과정을 통해 독립출판에 관한 배우고 첫 발을 들이길 원했지만, 더욱 참가하고 싶었던 이유는 브런치에 쓰다만 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언제부터인가 멈춰버린 브런치 작품에 그저 미안할 뿐이다).
‘나중에 또 기회가 있겠지. 그때까지 글 쓰며 준비해보자’며 아쉬운 마음을 접고 지낸 지 10일이 지났을 무렵, 또 다른 하나의 메일이 왔다.
독립출판 수업 추가 선정 안내
올해는 이 작업을 하는 것이 운명인가 보다.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기회가 왔으니. 추가 신청을 완료하고 첫 수업을 기다렸다.
수업 당일, 우리 동네 독립서점의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안녕하세요…”
“000 씨죠? 수업을 신청한 남자분이 한 분뿐이에요.”
책방지기님이 친절하게 맞아주셨고, 수업이 진행되는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이름과 나이 등을 얘기하는 흔한 자기소개 대신 독립출판을 하려는 이유를 말하며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책방지기이자 작가님은 신기하고 재미나는 독립 출판의 세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독립출판이란
- 독립출판은 상업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작가가 직접 자기 이름으로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소량 제작을 주로 하며, 소재나 내용, 형식도 일반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는다.
독립서점, 기획의 중요성, 제목 만들기, 저자 소개 등 독립출판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반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런 게 독립출판이구나 하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수업 말미 즈음, 작가님께서 다음 시간까지 해야 될 숙제를 내주셨다. 숙제란 것을 오랜만에 받아보니 의욕이 솟구쳤다(추가 업무를 하달받을 때와는 기분이 너무 달랐다).
1. 내가 왜 책을 만들려는지 생각 정리해오기
2, (각자의 방식으로) 책 기획서 작성해 오기
3. 책 제목(가제) 정하기
4. 독립서점 최소 1개 이상 방문하고, 내가 만들고 싶은 책과 비슷한 책 2권 이상 찾아서 어떤 점 때문에 맘에 들었는지 정리하기
틈틈이 1~3번 숙제를 하면서 4번 숙제를 위해 반차를 내고 독립서점 나들이를 떠났다. 서점에 관한 기억들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처럼 대형서점 위주로 차있어서 생소한 독립서점을 가는 것 자체로 알찬 휴가가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집 근처, 회사 근처의 여러 서점들 중 어디로 갈까 하다가 가운데에 있는 망원역 근처로 결정했다. 장마 후 폭염의 시작이라 그런지 가는 내내 식초로 온 몸이 젖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엔돌핀이 분출되서인지 딱히 지치지는 않았다.
처음 들른 곳은 ‘가가 77페이지’라는 곳이었다.
이곳의 특징은 책이 색깔별로 진열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과 비슷한 책을 찾아야 하는데 책이 주제별로 되어 있지 않고 색깔별로 되어 있다 보니 일일이 제목을 훑어봐야 했다. 안구를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운동하며 책을 스캔하다 보니 기가 막힌 제목의 책들이 눈에 띄었다. ‘어떻게 이런 제목을 만들 수 있지’라며 작가님들의 센스에 감탄했다. 책 한 권을 고르고 근처의 서점으로 이동했다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이후북스’ 이다.
여기는 조명이나 인테리어가 이쁜 카페 느낌이다. 이곳에서도 책을 찾는 사람이 나 혼자 밖에 없어서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천천히 책을 찾아봤다. 두 번째 스캔이라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읽었거나, 들어본 책들이 있어서 소소한 발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역시 책 한 권을 고르고 감성 넘치는 봉투에 담아 나오며 첫 독립서점 투어를 마쳤다
이제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