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보낸다
대학교 과 단톡방에 오랜만에 새로운 톡이 올라왔다.
‘선배님, 후배님들 저 결혼합니다. 오늘 모바일이 나왔습니다. 일단 이곳에 먼저 아뢰옵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모바일 청첩장 링크가 뒤따랐다. 자연스레 링크의 다음 톡으로는 톡방 사람들의 축하가 이어졌고, 나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오 축하해 드디어 가는구나’
축하의 임티를 곁들여 진심을 담아 톡을 날렸다. 그게 어제 일이다. 오늘은 인왕산에 올랐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걱정했지만, 초보자들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코스라 오랜만에 산에 방문한 나 역시 꾸역꾸역 발걸음을 이동했다. 한 시간 정도만에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남산타워, L타워와 그 이하 빌딩들이 쫙 펼쳐졌다. 아직 아침이었지만, 여름의 끝이 오기 전에 열일하려는 해 덕분에 햇살이 뜨거워 땀에 젖어 벼렸다.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고 씨티뷰 멍을 시작했다. 그렇게 취미생활을 즐기다 갑자기 머릿속 전두엽에
‘그런데 결혼이 축하할 일인가?’
이런 의문이 등장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로 한 개인에게도 인생의 가장 큰 일 중 하나이며, 사회적으로 한 집안과 다른 집안의 관계가 형성되는 고려 해야 될 부분이 많은 난제 중 하나이다. 중요하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그러한 것이 결혼이다.
결혼 전 만나고 있는 사람과의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 우리는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고민들과 인생의 난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1단계 고민부터 출발해서 남자라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여자라면 그 집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물론 요즘에는 함께 준비하거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의 제법 난이도가 있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것을 어찌어찌 해결하면 집안의 자존심이 걸려있다는 예단 문제가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하지 않아도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냈다는 부모의 보상심리와 ‘옆 집의 누구는…’, ‘내 친구는…’ 이러한 표현과 함께 곁에 있는 누군가와의 비교도 시작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한 커플들만이 주변에 청첩장을 보내고, 결혼식을 올리고 본격적인 혼인 생활을 시작한다. 자, 그동안은 본 게임을 위한 몸풀기였고,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메인 문제들이 등장한다.
같이 살아보니 옆에 누워있는 이 사람과 나는 생활습관이 너무 다르다.
아이가 태어나보니 신경 써야 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주위에서는 다 키웠다고 말하는데 학교생활이며, 학원이며, 노는 것까지 머릿속의 정보와 고민들은 점점 더 늘어간다.
간략하게 몇 가지만 적어본 것인데 하나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일 들이다. 누구나 배우자와 잘 지내길 바라고, 자식들이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잘 커나가길 바란다. 이러한 바람은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이고, 무척이나 어렵기도 하다.
그럼 결혼을 하는 사람한테 ‘힘내’, ‘잘 살아보자’와 같은 응원을 해주는 게 맞는 일 아닌가 싶다. 우리가 수능이나 중요한 시험, 취업의 면접을 보러 가는 사람들에게 축하한다고 하지 않고 응원을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 과정들을 통과하면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고, 통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무리 높아도 다짜고짜 축하하지 않고 응원을 하지 않는가.
축하는 왠지 결혼의 좋은 면만을 보게끔 하는 것 같다. 아닌 면들도 많은데. 그래서 결혼하는 사람에게는 축하보다는 진심 어린 응원이 더 필요한 것 같다.
ㅇㅇ아, 네가 결혼 생활 잘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