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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Mar 11. 2022

방대한 예술의 공간, 리움 미술관 -1

외부 정원 & M2 전시장


4년이라는 긴 정비 시간을 거친 후 대중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공개한 리움 미술관, 운 좋게 가까운 시일에 빈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다. 평소 갤러리나 현대 미술관 방문을 즐기는 입장에서 리움을 향한 이끌림은 은근한 필연처럼 느껴졌다. 긴 기다림 끝에 방대한 예술 공간을 체험하고 난 후기를 전한다.


너무나 넓은 공간과 수많은 콘텐츠들을 단번에 전하기보다는, 호흡을 나눈 두 편의 글을 통해 리뷰할 예정이다. 방문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호기심과 흥미로, 다녀오신 분들에게는 선명한 기억과 감상의 회고록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방문 당시 한강진 역에서 도보로 이동했다. 해당 사진에서 보이는 입구는 야외 정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로비 쪽으로 직접 연결된 길이 아님을 알린다. 입장 전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고 들어가실 분들을 위한 동선으로 추천한다.



길의 옆면을 따라 심어진 대나무 벽을 통과하면 리움미술관의 드넓은 전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조형물과 가지각색의 건물들, 군데군데 심어진 식물들과 뒤편의 호텔까지 전체가 한 장의 그림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M2 현대미술 전시장


장 누벨(Jean Nouvel) 프랑스 건축가가 디자인했다. 곳곳에 사각형의 박스처럼 튀어나온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박스 안에는 예술품이 걸린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선구적인 점은 부식 스테인리스를 외벽으로 썼다는 점이다. 부식 방지를 위해 쓰는 재료를 역으로 바꾸어 물질의 속성을 드러냈다.



M1 고미술 전시장


거대한 주황색 벽돌의 건물은 스위스 태생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디자인한 M1 전시장이다. 강남 교보빌딩 디자인을 시작으로 한국과 연을 이어가는 건축가이다. 붉은 벽돌을 쓰는 건축 스타일로 유명한 그는 한국 고미술 전시장이라는 주제를 듣고 거대한 도자기 화병에서 영감을 얻는다. 주황색의 넓은 면은 단정하고, 두꺼운 몸체는 땅에서 솟아난 듯 안정적인 무게감을 유지한다.




큰 나무와 눈


리움 미술관이 새 단장을 한 이후 정원에서 시선을 끌어 잡는 것은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이다. '큰 나무와 눈'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릴케의 시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위 사진의 클라우드 게이트 작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조각가이다. 리움 미술관 전시장 곳곳에 그의 작품들이 놓여있다. 재료의 물성을 통찰하는 작가의 머니멀리즘 표현이 돋보인다.



하늘을 그대로 반사시키는 거울 작품은 하늘의 작은 조각을 땅으로 가져와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듯하다.



정원의 옆쪽으로 길게 내어져 있는 통로가 로비로 연결된다. 중앙에 보이는 흰색 로고가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로고는 로비에 위치한 로툰다*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로툰다: 서양 건축에서 원형 혹은 타원형의 평면을 지닌 공간)



로툰다


나선형 원형 계단은 모든 사람의 시선을 휘어잡는다. 특히 리움 미술관을 구성하는 3개의 건물을 이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구조이다.


4층 전시장과 1층 로비를 잇는 수직성, 머리 위로 은은한 빛이 쏟아진다. 잘 배열된 창문 패턴은 소실점을 향해 감각을 집중시킨다. 거대한 물성에 아득함을 느끼고 머리를 비워낸다. 공간이 선사하는 온전한 몰입의 순간이다.



위의 사진이 무엇처럼 보이시는가?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사물함이다. 무거운 블랙톤의 디자인이 하나의 세련된 예술품처럼 보인다. 숫자를 맞추는 방식이 아닌 열쇠로 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하다.



먼저 향했던 전시장은 M2, 현대미술 작품들이 궁금했다. 필자는 지하부터 시작하여 한 층씩 올라가며 작품을 감상했다.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진 전시이다. 전시장의 외벽부터 내부 공간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했고, 전시 콘셉트에도 검정이라는 특징이 적용된다.



B1F 이상한 행성



인간을 둘러싼 환경과 존재에 대한 탐구적 전시이다. 말 그대로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듯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대상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생태와 환경, 기계와 인간, 의식과 무의식 등 다양한 범주에 대해 논의한다.


로비와 마찬가지로 공간 전반에 검은색과 베이지 계열의 색채를 은은하게 유지한다. 어느 한 곳으로 시선이 집중되지 않고 다방면으로 분산되는 구조이다. 특수한 대상에 이목이 집중된다면 그 밖의 요소들이 덜 주목받기 때문일까? 모든 작품들에 균등하게 시선을 분배할 수 있도록 한 의도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시각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을 꼽겠다. 거대한 유리는 멀리서 봤을 때 위아래를 반전시킨다. 거리와 각도에 따라 급진적인 변화를 보인다. 매우 혼란스럽고 동시에 재미있는 시선을 전달한다.



시점, 각도, 빛 모든 것을 왜곡시키는 극적인 거울이다.



작품들 하나하나 특출 난 개성을 갖고 그 모양새가 천차만별이지만, 검은색과 베이지라는 컬러 톤 안에서 통일되는 모습을 보인다. 낯선 느낌으로 가득한 외계 행성이라는 콘셉트가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1F 중력의 역방향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성찰해 보는 작품들이다. 각각의 물성들이 투명성이나 빛 등의 요소들과 합쳐져 새로운 형상으로 보이게 한다. 특히 지하 1층의 공간을 내려다볼 수 있어 시각적 환기를 돕는다.




2F 검은 공백


전통 수묵화와 현대적 추상화, 사진과 조형물 등 풍부한 큐레이션을 보이는 코너이다. 검정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죽음, 어둠, 미지의 세계, 간결미, 절대적 세계 등 수많은 스토리들이 담겨있다.


모든 빛을 흡수해버리는 감정은 모든 것을 부정할 수도 긍정할 수도 있다. 그러한 검음이 갖는 공백에 대한 이야기를 리움 미술관은 소장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 박스 사이로 내어진 창을 통해 자연광을 들인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공간 구성이다. 심연의 세계와 바깥의 세계를 함께 연결하여 무게감의 균형을 맞추어냈다.



구본창 - 숨


숨을 쉬는 듯 멎은 듯 알 수 없는 노인의 입김, 접시를 향해 박혀있는 물고기의 주둥이, 털이 뽑힌 채 물이 목까지 잠겨있는 죽은 조류.. 사진가의 입장에서 감명 깊게 보았던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숨이 턱 막히는 사진들이다. 화려한 수사와 덧붙일 말이 필요 없는 강력하고 직관적인 전달력이다.



우리에게 방대한 예술적 시공간을 펼치는 리움 미술관이다. 다음 글에서는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M1 공간과 로비에 있는 작품 및 공간들을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글을 통해 여행하는 재미를 이어가시길 바란다.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6

시간: 10:00 - 18:00 (월 휴무)

연락처: 02-2014-6900

가격: 상설전 무료, 기획전 15,000원

주차 가능, 방문 예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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