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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Mar 06. 2022

평온함은 가까운 곳에, 안밀(安謐)


일상 속에서 몸을 분주히 움직이고, 이런저런 상황에 치여 마음 둘 곳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 가장 필요한 것은 평온함이다. 예민한 신경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긴장된 마음을 녹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별이 떨어진다는 의미인 낙성(落星), 서울 낙성대역 근처에 위치한 공간이 이러한 과정을 돕는다. 조용하고 편안한 마음을 위해 나의 시간을 보듬어주는 곳이다.




카페 안밀의 첫인상은 단순하다. 넓은 회색의 단면 가운데 크게 내어진 유리 문이 길거리를 비추고 있다.



차경(借景)


열림과 닫힘이 자연스러운 회전문을 통과한다. 뒤를 돌아보니 길 밖의 거리가 그대로 보인다. 안에서는 밖의 경치를 수용하고 있던 것이다. 문을 통해 보이는 길거리는 어둑한 공간의 일부가 된다. 마치 도심 속 동굴로 들어와 바라보는 듯한 체험이다.



내부는 상당히 어둑하고 차분하다. 천장의 양쪽에 은은한 조명을 따라 안쪽의 공간으로 시선이 향한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주어진 동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은 짧은 여행의 순간이 된다.



독특했던 점은 일체형 좌석이다. 다리를 완전히 들어 착석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앉음의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카페 안밀은 교통량이 많은 거리에 위치해있다. 분주한 도심 속에서 공간의 가치를 전하기 위함이다. 대표의 말을 빌려 그 의도를 전한다.


"오픈을 준비하면서 출근길에 달려가시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그분들에게 있어 안밀이라는 공간이 여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전 8시라는 이른 오픈 시간을 고수하는 이유는 이러한 따스한 진심에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여 기다리는 2~3분의 기다림일지라도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고 가시라는 배려이다.




평소 심신의 안정을 얻으려 도시의 외곽으로 나가던 대표의 마음이 공간으로 구현됐다. 자신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타인을 위한 '마음 씀'이 안밀이라는 브랜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번잡하고 혼란한 마음을 굳이 먼 곳에서 해소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충분히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방문 당시 필터 커피 type A (에티오피아)를 주문했다. 맛과 향에서 딸기와 베리류의 맛이 느껴지는 산미 좋은 커피였다. 안밀은 식어도 맛있는 고품질의 커피를 추구한다. 특히 함께 곁들였던 쑥 인절미 티라미수는 너무 달지 않아 담백한 맛이 좋았다.





청음(聽音)


공간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음악이다. 은근하고 추상적인 앰비언트 뮤직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방문 당시 들었던 곡은 'Hollan Holmes - Incandescent' , 유튜브에 있으니 들어보시길 권한다. 해 뜨기 직전의 새벽과 차분한 밤의 시간에 어울린다.



향(Incense)


사실 안밀에 들어서자마자 느끼게 되는 향이 있다. 공간의 곳곳에 배치된 인센스 스틱 때문이다. 시각과 청각에 이어 후각의 체험까지 선사하는 섬세함이다. 공간에 덧입혀지는 향은 고유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벽면의 안쪽으로 작은방이 마련되어 있다. 두 명의 인원이 함께 하기에 안성맞춤인 크기이다.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 작업을 하기에도 좋다.




다도(茶道)


커피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차를 내리는 과정과 행위에 집중한다. 고객에게 전해질 한 잔의 차를 내리는 행위를 봄으로써 그들의 진중함과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소통(疏通)


안밀이 주는 깊은 편안함은 바로 소통에 있다. 바리스타의 차분한 음성과 언어에는 섬세한 배려가 녹아있다. 상대를 존중함으로써 신뢰를 형성하고, 소통으로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관계가 있는 곳이다. 특히 바 좌석에는 커피 머신이 없다. 기계보다 사람을 앞으로 나오게 하여 사람 간의 거리를 좁혔다.



카페 안밀은 잘 정돈된 나의 마음 상태이다. 바깥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차분함의 정도를 잘 지켜내며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다. 본인의 가치와 감정을 명확히 안다면, 훨씬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뿐만 아닌 타인까지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보듬고 잘 살아내기 위한 '마음 챙김의 자세'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카페 안밀이다. 밀도 높은 차분함으로 오늘을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위치: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45

시간: 08:00 - 22:00

연락처: 0507-1390-8108

가격: 아메리카노 4,5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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