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산디지털단지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필자의 경우 여러 IT 기업들이 모인 빌딩 숲 그리고 대형 아울렛들이 모인 도심이 생각난다. 국가 주도의 산업단지이다 보니 트렌디하거나 아기자기한 공간들 대신 직장인 위주의 상권이 발달된 곳이다.
오늘 소개할 인크커피는 가산디지털단지의 이미지를 새로이 바꿔준다. 단순히 요즘 유행하는 공장 개조 카페의 흐름에 맞기 때문이 아니다. 거대한 회사 단지 안에 문화적 감성과 공간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산의 새로운 얼굴이 될 인크커피 가산점을 살펴본다.
건물의 뒷면, 공장 같은 외관과 새로 증축한 벽돌의 조합이다.
탁 트인 중정
가운데 유리창으로 보이는 중정이 핵심 공간이다. 또한 중정을 중심으로 원형의 모양을 그리는 바닥의 벽돌, 날것의 질감을 보이는 기둥, 천장 아래 하나의 판을 덧대어 바닥의 원형과 결을 같이하는 세심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자연과 함께하는 창가 좌석의 모습이다. 창밖에 심어진 식물들은 초록색의 감상과 편안함을 우리에게 준다. 봄여름의 계절이 되어 싱긋한 느낌이 돌 때 다시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중정의 넓은 공간에 손님들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문화적 경험을 고려해 전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여유로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어 좋은 부분이다.
기둥의 매력
1층 공간에서는 기둥이 돋보인다. 곳곳에 보이는 콘크리트 기둥들 사이로 카운터와 바가 있고 길쭉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천장을 일부 걷어내어 2층과 연결되게 한 것이 인상적이다.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옛 건물의 골조를 시각적 독특함으로 풀어내는 과감한 시도이다.
앞서 언급했던 중정과 같이 곳곳에 감상할 수 있는 건축적 요소들이 많다. 포토존보다는 공간만이 줄 수 있는 경험과 감상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각 층을 연결하는 주된 통로는 계단이다. 유리창 너머로 콘크리트의 거친 벽면을 드러낸 것 역시 가산디지털단지에 없을법한 공간의 얼굴을 만드는 표현이 된다.
산책로
특히 2층의 외부에는 테라스가 있다. 가운데 중정을 따라 걸었던 1층 창가 좌석의 천장이 이곳의 바닥이 되는 셈이다. 같은 위치에서 높이만 다른 동선을 걸어보며 시선의 전환을 느낀다.
또한 2층 내부 공간과 문이 이어져있어 안과 밖을 막힘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하나의 산책로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주위 커다란 빌딩들 사이에 둘러싸여 이렇게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는 것이 메리트로 다가온다.
테라스와 연결된 내부 공간은 창을 통해 빛이 잘 들어오는 편이다. 실내의 아늑함을 느끼며 밖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좌석이 될 듯하다.
3층에 위치한 커피 바는 바리스타와 직접 소통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원두 종류를 고르고 추출 방식까지 직접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점심시간 때 1층에만 직장인들이 몰리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바를 설치했다고 한다. 바 자체도 고급스러워 보이고 현명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로스팅 기계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크커피의 플래그십 스토어 다운 규모를 보인다.
탁 트인 옥상
4층은 옥상이자 외부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벽돌 모양의 기둥이 인상적이다. 특히 벽의 가운데에 유리 없이 창을 내어 가산디지털단지의 모습이 하나의 액자에 담기도록 디자인했다.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때와는 다른 감상이다.
주위에 놓아진 조약돌 같은 좌석들이 감각적이다. 계절감과 날씨가 좋을 때 여유로이 햇살을 느끼기 좋을 공간이다. 모든 층의 공간들을 잘 보여주기 위해 공을 들인 노력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지하를 둘러본다. 앞서 커피의 로스팅 룸을 보았듯이 지하에서는 베이커리의 생산 과정을 볼 수 있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다. 완제품만을 보여주는 것보다 중간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것이 더 친근하기 때문일까?
앞으로 다가올 봄과 벚꽃이 개화할 때면 바로 옆에 위치한 안양천도 걷기 좋은 명소가 된다. 따뜻해질 날의 순간들을 즐기기 위해 데이트 코스로 추가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인크커피 가산점을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문화적 공간들이 가산디지털단지에 더 많이 들어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