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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May 14. 2022

자연을 담아낸 건축적 추상화

제주 카페 무로이


검은색 도화지를 배경 삼아 제주 자연을 그려내고, 그것을 실제 공간으로 옮긴다면 어떠한 모습일까? 무채색의 검정은 심오함과 추상성을 담아낸다. 그 앞에 작은 섬처럼 표현된 정원은 의도된 조경이다. 공간을 통해 한 폭의 건축적 추상화를 그려내는 카페 무로이의 감각이다. 안개가 짙게 끼거나 오랫동안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곳이다.



무로이가 위치한 곳은 동광마을이다. 동광마을은 짙은 안개가 오래 끼는 날이 많고, 이러한 점을 착안해 공간의 이름에 지역적 특성을 녹여냈다. 무로이는 3개의 검은색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카운터와 좌석들이 밀집된 메인 공간과, 창을 열어 중정과 맞닿은 독채, 그리고 대관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두운 배경 위 피사체는 그 존재감이 더욱 부각된다. 싱그러운 여름의 기운을 뽐내는 식물은 화단 위에서 햇빛을 받아 마치 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외부 중정을 걸어 다니며 공간 속의 식물들을 볼 수 있고, 유리창을 통해 안과 밖의 풍경을 공유할 수 있다. 메인 공간에 입장하기 전 자연과 맞닿은 개방감과 예술적 공간 디자인을 감상해 본다.





높은 키를 자랑하는 검은색 외벽 안으로 들어온다. 추상적 작품을 다루는 현대 미술관에 온 듯하지만 바닥에 놓인 것들은 돌과 나무 그리고 항아리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토속적인 기물들을 배치한 것이다. 현대적 감각과 지역적 특징을 조화시켜 공간의 고유한 정체성을 구현했다.



좌석으로 향하는 메인 통로를 걷는 순간 모든 감각이 중앙의 소실점으로 집중된다. 시각적인 몰입의 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긴 통로의 좌측으로 새어 나오는 빛을 향해 걸음을 옮겨본다.



방향을 틀어보니 넓게 펼쳐진 외부 중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야를 가렸던 벽면은 극적 연출을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특히 벽 하나를 중심으로 양분된 공간 모두 중앙으로 중심으로 하는 대칭구조를 갖는다.



회색과 갈색의 톤이 지배적으로 사용된다. 자연의 색감을 강조하기 위해 담백한 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았던 항아리를 인테리어 요소로 쓰는 점에서 공간 표현의 통일성이 느껴진다. 또한 외부 정원에 있는 자갈을 내부에도 깔아놓아 감상의 을 맞추어냈다.



외부에서 자연과 직접 교감하며 바람을 맞는 방법도 좋지만, 눈앞의 정원을 창틀을 액자 삼아 하나의 그림처럼 감상하는 것도 본 공간이 선사하는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제주도의 허파인 곶자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정원이다. 숲을 뜻하는 '곶'과 어수선한 수풀 혹은 덩굴을 의미하는 '자왈'을 합성한 단어이다. 북쪽과 남쪽의 생태군이 공존하는 자연의 터전을 카페라는 공간 속으로 가져온 것이다.



새소리가 들려오고, 돌과 이끼에서 날것의 자연 형태를 마주할 수 있다.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있자니 편안함과 한적한 시간이 찾아온다. 하루를 시작하는 오전에 방문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로 손색이 없다.




정원의 안쪽에 이르니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인다.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기대감이 든다. 계단길에서 뒤돌아 바라보는 뷰는 마치 본태 박물관에서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일지 궁금하다.


본태 박물관 옥상정원 가는 길, 직접 촬영


오히려 텅 빈 옥상 공간이 반전의 요소가 된다. 좌석을 놓아 활용할 수 있음에도 지상 공간에 집중을 한 모양새다. 이벤트를 포함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듯하다. 특히 중정의 전경과 앞서 들어왔던 입구를 내려다보며 시점의 전환을 즐겨본다.




자연을 드러내기 위해 치장을 덜어낸 뺄셈의 미학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검은색이 주는 무언의 깊음과 추상성을 배경으로 제주 자연을 그려낸 창의적 감각이 카페 무로이의 진가일 것이다. 계절을 품는 예술적 공간을 찾으신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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