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쁜 미래
과학기술을 이해하는데 영화는 꽤 괜찮은 통로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설명하거나(Unnatuaral selection), SNS 위험성을 경고하고(Social dilemma), 기후위기를 혜성충돌에 빗대어 풍자(Don’t look up)하기도 한다. 그 중 영화 빅버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은 싱귤래리티 이후의 시대를 묘사한다. 다양한 인공지능과 로봇과 미래의 주거 형태가 꽤 흥미롭다. 영화는 갑작스런 기온 증가로(약50도) 인간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강제로 집안에 격리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보여준다. B급 코믹영화이긴 하나 AI와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결국 인간을 배신하고 통제하고 중간 중간 삽입되는 인간을 동물원의 원숭이마냥 취급하는 장면들은 마냥 웃고 넘길만할 이야기가 아닌 듯 보였다.
우리 사회에 로봇은 이미 꽤나 깊숙이 들어와 있다. 다만 아직은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안드로이드 형 로봇보다는 기능형 중심의 로봇들이 우리 생활 곳곳에 더 많이 보인다. 특히 가전과 산업부문의 로봇은 꽤나 넓게 퍼져 있다. 매년 초 당해 기술을 미리 선보이는 ‘CES’의 근래 주요 카테고리 역시 로봇이었다. 딥로보틱스(Deep Rcbotics)의 음성인식이 가능한 4족 보행 로봇 ‘ Jueying Lite2’,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 아틀라스, 물류형 보소 스트래치, 헬스케어로봇인 로봇 벡스 등 다양한 로봇이 소개되었다.
올 해 초 베이징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에서도 다양한 로봇이 실제 활동을 했다. 국제방송센터 내에서는 로봇이 직접 요리를 해 올림픽을 취해하러 온 기자들과 관계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또 청소로봇이 스스로 장애물을 인식하면서 넓은 IBC 내부를 청소하면서 다녔는데 기존 인간 청소부들이 로봇과 함께 어울려져 일하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에서조차 저임금 노동 분야인 청소 등에 로봇이 활용되고 있어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로봇이 인간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 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너무 똑똑해지고 대량생산되어 가는 로봇이 자칫 준비되지 않은 인간들의 일자리를 침범하고 일상생활을 통제하게 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 ‘빅버그’에서 풍자된 것처럼 어느 순간 로봇이 인간을 완벽히 통제하게 될 경우 인간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 도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과 로봇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SF작가인 아시모프는 이미 1942년에 로봇은 인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로봇의 3원칙을 제안했다. 현시대 자율주행을 비롯한 첨단산업의 선두주자인 일론머스크 역시 2017년 미국 주지사들에게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AI)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감정인식이 가능한 로봇인 ‘에버’는 한국의 로봇기술이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에서 보이는 고도화 된 로봇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고령화가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 미래 사회 로봇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인간중심의 로봇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로봇이 곧 우리 사회에 깊은 부분까지 관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제 준비를 시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