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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카나 May 10. 2020

나는 군대에서 버티지 않았다.

버티다.(동사)
어렵고 힘든 조건이나 상황 속에서
굴복하지 않고 참고 견디다.


지금의 제가 1년의 50권 이상 책을 읽고,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가 될 줄은 2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 한 일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읽어나간, 그 시작은 군 복무 시절이었어요.


저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이 귀한 청춘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보냈었어요. 그러다 23살의 비교적 늦은 나이로 입대를 하게 됩니다. 논산 훈련소를 수료하고 부대 전입신고를 마치고 나서, 우연히 그 유명한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죠.


그 책을 읽은 순간 세상에 더욱 가치 있고 알맹이가 남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책에서 작가가 말한 '가치를 전달하는 삶'이 너무 멋있었거든요. 하지만 여기는 군대였습니다. 어떤 걸 해보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사회에 비해서 너무 없었습니다. 심지어 고민을 시작한 당시의 저의 계급은 일병 일 호봉.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군생활이 많이 남았었죠. 어우,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몸을 비비 꼬게 될 거에요. 군필자분들은 다 공감하시죠?


아무튼, 책을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에 빠졌습니다. 내가 당장 군대에서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이었어요. 그 결과 '일단 먼저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성장을 하고 나면 내가 어떤 것을 '실행'할 수 있을지 생각이 팍팍 날 거고 실행에 필요한 능력도 자연스레 길러질 것이라 생각했었죠.


그다음, '그럼 내가 군대라는 이 환경에서 어떤 것을 해야 성장할 수 있을까?'를 질문했어요. 가장 먼저 떠오른 해답이 독서였어요. 애당초 제가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도 [부의 추월차선]을 읽은 덕분이었거든요. 저는 지식의 가장 거대한 원천인 책에서 성장의 양분을 주워오기로 했습니다.


뭉뚱그려서 '1년에 50권 읽기'라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1주일에 1권을 읽는다고 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어요. 아무리 군대라고 해도 주말에는 저만의 시간이 꽤나 있었기 때문에 평일에 부족한 독서량을 주말에 보충하면 됐었거든요.


물론 1주일에 1권을 읽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20살이 되고 나서 공부랑 독서와는 거리를 뒀었거든요. 20살 당시 저의 대학교 1학년 1학기 학점은 0.4였고, 23살까지 읽었던 책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독서에 몰두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책의 내용이 조금만 어려워도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죠. 독해력이 되질 않으니까요.


그래도 꾸준히 읽어나갔습니다. 그 당시는 선임들 눈치도 보고 군생활 자체에도 적응을 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었는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서 짜증 난다고 독서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는 좀 스스로 바뀌고 싶었어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의지가 정말 강력했습니다. 할 게 많이 없는 군대 특성상 환경설정도 완벽했지만 내적인 동기부여에서 오는 의지가 훨씬 더 큰 힘이 되었죠.


과연, 군대에서 1년에 50권을 읽겠다던 제 도전은 성공했을까요?



네!


네,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50권을 딱 채우고 끝난 게 아니라 1년 동안 한 60권 정도를 읽은 것 같아요. 하면 된다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죠. 덩달아 책을 읽은 뒤에 서평을 써서 책의 내용을 기억에 오래 남기고 싶은 욕구가 생겼었는데요. 그래서 서평을 간단히 쓰고, 사이버 지식정보방(일명 사지방이죠.)에서 브런치에 하나 둘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브런치 작가로서의 시작은 소소하죠? 사지방에서 시작한 브런치 작가라니... 그래도 결과는 대단했습니다. 서평이 대부분인 제 브런치는 현재 3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50권 독서와 30만 조회수, 모두 군대에서 달성한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제 스스로 군대라는 환경이 어렵고 힘든 조건이나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굴복할 이유도 없었고 참고 견딜 필요도 없었죠. '버티다'라는 단어를 쓸 필요가 없는 환경으로 바라봤던 거예요. 남들이 힘들고 버티는 시기라고 말했던 그 군생활, 제게는 그저 성장을 위한 완벽한 시기였고, 환경이었죠.


물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적도 많았었어요. 그런데도 저는 군생활을 버티면서 보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바라봤어요. 이 마인드만 꼭 붙잡고 군생활을 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고, 독해력이 생기고, 브런치 작가로서 30만 조회수라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죠.


혹여라도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정말 고생이 많으신 우리 국군장병 여러분, 혹은 스스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이 글이 생각의 전환 계기로, 그리고 시작의 동기부여로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새로운 시각으로 현 상황을 바라보세요. 그럼 여러분도 충분히 시작하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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