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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26. 2024

《종말의 바보》 종말까지 3년? 어떻게 살 것인가

소설 《종말의 바보》는 어떤 내용?


8년 전 피할 수 없는 소행성 충돌이 예고되며 인류가 멸망한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소설 속 시간은 5년이 지났고 3년이 지난 상황이다. 센다이 북부의 주거지 힐즈 타운의 주민 각각의 사정을 8편의 이야기로 엮었다. 패닉에 빠져 자포자기 상태. 도망, 약탈, 살인, 방화, 폭동, 자살 다양한 사회 혼란이 벌어지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고 그야말로 종말까지 버티고 있다. 그래도 돈이 통용되며 자급자족하거나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부족하지만 구매할 수 있다. 방송도  송출되며  비디오 가게도 영업하는 곳이 있다. 신기하게도 각자의 욕구와 사정에 따라 간신히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차분하게 담담하게 죽음에 가까워지는 때.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던 때 힐즈 타운에서 삼삼오오 모여 축구 경기를 하기도 한다.

물질적인 기준으로 자식을 키우다 아들을 잃은 부모가 절연한 딸이 돌아와 화해하는 가족, 오래전 난임 판정받은 부부가 임신을 하기도 한다. 아이가 건강히 태어나 산다고 쳐도 3년 밖에 살지 못하는데 낳아야 말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지워도 낳아도 죽는 건 똑같다. 3년 동안 서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면 어떨까? 부부는 낳기로 결심한다.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부모와 홀로 남겨진 딸은 죽음은 겨울잠을 자는 거라고 말했던 첫사랑을 떠올린다. 몇 천 권 되는 아버지 서재의 책을 다 읽어버리면 인생의 답이 생길까? 책 속에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답을 구하지 못해 허탈하다. 그럴 바에는 애인이라도 만들고 어릴 적 좋아했던 아이를 찾아갔으나 이미 세상에 없다.


소행성 충돌 발표 이후 흔들림 없이 일상을 살고 있는 복서도 등장한다. 세상의 종말이 닥쳐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치 자연으로 회귀에 모든 것을 잊고 사는 초인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가족을 연기하는 한 연기 지망생의 이야기도 짠하다. 누구의 딸, 동생, 부모, 연인의 역할을 마지막까지 연기할 것이다.


 

소행성 충돌이라는 건 분명 처음에는


앞서 나간 보도였거나 과장된


 발표에 지나지 않았을 거야.


고의인지 과실인지 모르겠지만


누가 사람들을 부추겼고,


선동에 넘어간 세상 사람들이


어째선지 모두 진심으로 받아들였고


P 237


소행성 충돌은 오류가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고 선택받은 사람만 탈 수 있다는 방주(대피소)가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웃프게도 다단계 피해를 입고 통조림을 대량으로 산 엄마가 아이들을 살렸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한 아나운서의 잘못된 보도(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로 죽은 여동생을 대신한 형제의 복수극, 쓰나미가 몰아치는 광경(?)을 가장 가까이, 오래도록 보고 싶어 옥상에 망루를 짓는 가족 등. 종말이 예고된 인생에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다양한 모습을 목도하는 이야기다.


원작 《종말의 바보》 요약 및 해설


원작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방식을 되묻고 있는 작품이다. 죽음을 불러오니 삶을 진지하게 탐구하게 되는 거다. 시한부를 떠올려 보면 좋다. 최근 재개봉한 <남은 인생 10년>처럼 죽음까지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자세를 어떻게 취해야 할까, 인간의 최후를 맞이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죽음의 순간 가족, 연인, 혹은 낯선이와 마지막을 보낸다면 어떨까? 다양한 상상과 철학적 고찰을 돕는다.


다행인 점은 과학적으로 '소행성의 대다수는 궤도가 파악되어서 충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팩트다. 또한 '8년이나 미리 충돌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하니 혹시라도 지구의 종말이 올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흔해빠진 자기계발서나 유튜브의 인생론에서 벗어나 죽음에 가까워지니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역발상의 신선함을 엿볼 수 있다.  그 혜안에 자가 '이시카 고타로'가 있다. 일본뿐만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높은 작가며 다수의 작품이 영상화되었다. <골든 슬럼버>, <피쉬 스토리>,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사신 치바> 등이 있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크게 5단계에 걸친 심리 변화를 보인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사실을 '부정'하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 '분노'를 터트린다. 이후 어떻게 해야만 이 사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타협'을 보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우울'해지며 마지막에는 받아들이는 '수용'을 택한다.


원작을 읽어 본 결과 '종말의 바보' 뜻은 종말 앞에서 무너지고 무기력해지는 인간 군상을 바보에 빗댄 은유적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딱히 원작자도 어떤 뜻으로 지은 제목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어찌할 수 없는 불가분의 상황 앞에서 누구나 바보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는 어떤 내용?

우리는 함께 종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영상화된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 D-200일. 하필이면 한반도가 충동 지대에 들어간다는 뉴스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려진다. 충돌을 믿는 사람들과 불신하는 사람들의 갈등, 범죄자들의 탈옥, 사이비 종교의 선동, 안전지대로의 이민 등 혼란에 빠진 세상이다.


그중 중학교 교사 '세경(안은진)'은 제자의 죽음으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지만 끝까지 남은 제자와 웅천시 시민들과 함께 하려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소개된다. 재난 블록버스터가 아닌 감정의 스펙터클이 터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 대립, 협력을 마주하는 진한 드라마로 그려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상황에 맞게 시리즈화했기 때문에 소설 속 등장인물이 대부분 각색되었다. 교사, 신부, 연구원, 군인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때문에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다수의 아이들도 원작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 특유의 정서 혹은 작가의 문체에 따라 건조하고 시니컬하게 설정되어 있다. 시리즈 예고편을 통해 유추해 보자면 훨씬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스타일로 연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제작진은 [인간수업], [마이 네임]의 김진만 감독과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의 정성주 작가가 만나 탄탄한 이야기를 그려낼 전망이다. 유아인은 이미 제작된 이유로 통편집 할 수 없어 일정 부분 편집했다고 전해진다. 유아인이 맡은 하윤상은 세경(안은진)의 오랜 연인이자 생명공학 연구소 연구원이다. 대한민국이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선포되었지만 세경을 위해 한달음에 미국에서 달려온다. 세경은 아이들을 지키고 윤상은 여자친구를 지키는 캐릭터로 유추할 수 있다. 유아인의 편집으로 안은진의 분량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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