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스카이(나오미 스콧)는 월드투어를 앞두고 심란하다. 짧은 헤어스타일과 강렬한 퍼포먼스로 공백의 논란을 잠재우고자 했다. 신곡을 들고나온 토크쇼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지만 사실은 극심한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다.
교통사고로 연인을 잃고 몸에 수술 자국을 얻게 된 스카이는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그날의 트라우마가 따라다닌다. 약물중독으로 재활원까지 다녀온 처지라 함부로 진통제 한 알 조차 먹을 수 없는 상황. 스카이는 옛 친구를 찾아 마약성 진통제를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친구 집에서 기괴한 죽음을 목격한 후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리게 된다. 콘서트 스태프, 절친한 친구, 엄마, 팬 앞에서 이상한 말과 행동으로 불안함을 조성하다 결국, 자신이 죽어야만 저주를 끝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코즈믹 호러의 변주 잘 만든 속편
역설적인 제목 <스마일>이 2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죽음을 목격하면 전염되는 공포의 웃음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창조한 ‘파커 핀’ 감독이 볼륨을 키워 1편 제작진과 다시 뭉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잘 만든 속편이다. 일상의 공포가 군중, 사회 속 공포로 확장되어 압도적인 우울감이 밀려온다. 정신과 의사의 트라우마를 재료 삼았던 1편을 뛰어넘은 감독의 재주가 가감 없이 발휘되었다.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지는 2편의 오프닝부터 의미심장하다. 전편을 봤다면 끝나지 않는 저주의 연속성을 알아차릴 수 있을 거다. 로즈(소시 베이컨)가 겪었던 상처는 전염병처럼 번지는 저주가 되었고, 힘든 과거와 마주해 끊어내려던 고군분투는 결국 죽음으로 돌아왔다. 목격한 조엘(카일 갈너)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2편은 저주의 주체와 원인과 끝낼 방법을 구체적으로 쏟아내며 의문을 해소하는 듯 보이지만 이마저도 의문투성이다.
알 수 없는 현상의 패턴은 찾았는데 정체를 모르니 벗어날 수도 제거할 수도 없다. 이유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의 장르의 변주다. 코즈믹 호러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을 마주한 무력함, 상실감을 공포의 기반에 둔다. 악령인지, 외계 생명체인지, 무한한 상상력을 끌어낸다. 우주의 심연 속의 한낱 미물인 인간의 존재를 생각하면 드는 경외심도 포함이다. 최근 <지옥 2>에서 보여준 미스터리한 분위기와도 유사하다. 미지의 존재를 탐구하는 인간 본성의 호기심과 공포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중요한 탐구 대상이 된다.
스마일 엔티티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그것은 숙주의 자살행위를 본 사람에게 기생한다. 환청, 환영을 일으켜 몸을 잠식하는 시간은 대략 일주일 정도다. 숙주가 이상한 말과 행동을 늘려 주변의 경계 대상이 되도록 한다. 믿을 만한 사람이 모두 사라졌을 때 비로소 숙주로 빙의한다.
고도로 지능적이다. 정신을 파고들어 가장 취약하고 나약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잊고 싶은 과거, 들추고 싶지 않은 경험을 지속적으로 떠올리게 해 스트레스를 가중한다. 길거리의 모르는 사람부터 가까운 지인, 가족의 모습으로 점차 세력을 넓혀 괴롭힌다. 심리적 고문은 육체적 고통으로까지 확대된다. 결국 정신을 완전히 잠식하며 옮겨갈 숙주를 발견하면 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멸한다.
웃음 뒤에 감춰진 현대인의 불안함
스마일 저주를 추적하던 이성적인 형사 조엘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려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의문점이 배가된다. 인물과 직업도 달라졌다. 어릴 적 트라우마에 갇힌 정신과 의사에서 세계적인 투어를 앞둔 팝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화려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듣는 즐거움을 추가했다. 확장된 세계관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대중 앞에서 늘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는 스타의 고충으로 묘사된다.
스카이는 늘 괜찮은 척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인을 상징한다. 아이 같은 순수함은 사라지고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 보느라 피곤한 어른 말이다.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여러 가면을 때에 따라 수시로 갈아 끼우는 상황과 겹친다. 팝스타라는 최고의 위치는 늘 고강도의 스트레스를 안고 있어 가까운 사람마저 불편한 관계로 쉽게 변질된다. 남들 눈에 띌까 이동이 어려워 고립되어만 가고 지치는 순간의 반복이다.
얼마 전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지드래곤의 이야기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어린 나이부터 시작한 가수 생활은 화려했지만 어두웠다. 최정상 가수의 이면을 고백한 그는 영화 <트루먼쇼>가 본인 삶 같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영화 속 스카이가 가졌을법한 여러 감정의 층위도 이와 다르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결국 심리적 고문에 시달리던 스카이는 콘서트장에서 수많은 군중을 상대로 저주를 퍼트리며 붕괴되어버린다. 영화 <모두의 노래>의 마지막 장면과 유사한 형태다.
한편, 파커 핀 감독은 단편 <잠들지 못하는 로라>를 발전시켜 만든 장편 데뷔작 <스마일>을 발표해 주목받았으며,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인 <포제션>의 리메이크 버전 연출자로 낙점되었으며, <스마일>처럼 여성 트라우마와 쾌락의 광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자벨 아자니가 맡았던 역할이 비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오미 스콧의 안나를 만나고 싶다.
<알라딘>의 공주 자스민 역으로 알려진 ‘나오미 스콧’이 파워풀한 가창력과 무대 안무를 선보여 호러테이닝 무비의 진화를 부추긴다. 나오미 스콧은 배우가 아닌 실제 팝스타로 봐도 무방한 프로다운 면모를 선보인다. 스카이의 두려움, 외로움, 강박감을 배가하는 데 일조한다. 뜻밖의 반가운 얼굴도 선보인다. 스카이가 약물중독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러 나간 쇼의 MC로 ‘드류 베리모어’가 등장하고, 섬뜩한 웃음으로 각인된 잭 니콜슨의 아들 ‘레이 니콜슨’이 참여해 스마일 저주를 재현한다.
스멀스멀 잔잔바리 공포가 취향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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