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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8. 2024

<무파사: 라이온 킹> '내가 왕이 될 상이란 말인가'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은 ‘라이온 킹’ 30주년 기념작이다. 심바의 성장기를 담은 1994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추억하는 영화이자, 2019년 실사로 만들어진 존 파브로 감독의 <라이온 킹>의 프리퀄이다. 디즈니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라이브 액션 중 하나다. 오프닝에서 애니메이션과 첫 실사의 무파사 목소리 연기를 담당한 ‘제임스 얼 존스’의 추모사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어릴 적 대홍수로 부모와 떨어져 낙오된 무파사(아론 피에르)는 외부자를 절대 받아 줄 수 없다는 아버지 오바시를 설득한 타카(켈빈 해리슨 주니어)와 형제의 끈끈함을 나누며 부족함 없이 자라난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낙원과도 같았던 밀레레를 떠올리며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한편, 형제를 원했던 타카는 무파사가 어머니 에셰의 신뢰를 얻자, 왕의 자리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무파사를 향한 동경을 넘어 시기와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모습까지 보인다. 결국, 다른 사자 부족의 리더 키로스(매지 미켈슨)의 복수로 인해 부족은 위기에 처하고, 운명을 뛰어넘을 서사가 펼쳐진다.     


자연스러운 의인화 실사 성공     

2017년 아카데미상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받은 <문라이트>의 ‘베리 젠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라이온 킹의 프리퀄을 완성했다. <문라이트>는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품어주는 바다를 배경으로 소년의 성장기를 다뤄 찬사를 받았다. <무파사: 라이온 킹>에서도 가족과 떨어져 외톨이가 된 어린 무파사가 형제와 다름없이 자란 스카와 적이 되어버린 과거와 출생의 비밀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전작 실사 <라이온 킹>(2019)의 한계점을 인지한 제작진의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이 장관이다. 광활한 평온과 숲, 역동적인 물의 움직임, 털 한 올까지 세심하게 디자인된 기술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아프리카 자체다. 3개 대륙의 모습을 4년에 걸쳐 구축한 기술은 경이로운 세계관 속으로 안내한다.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실사화하는 데만 주력한 평범한 연출력은 베리 젠킨스 감독을 만나 심폐 소생을 노렸다. 전작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표정과 움직임, 목소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뿐더러, 표정을 읽을 수 없이 입만 뻥긋거리는 실패한 의인화였다. 애니메이션의 장점과 실사영화의 매력을 잃어버려 실망감을 안겨 주어 씁쓸함을 남겼다.     


다행히 이와 같은 우려는 5년 만에 해소되었다. 무파사, 심바, 키아라로 이어지는 3대 전설의 이야기꾼 라피키의 말소리에 빠져들게 한다. 프라이드 랜드의 일원이 된 듯 티몬과 품바의 티키타카 콤비와 하나가 되어 중심을 잡는다. 유명한 OST ‘하쿠나 마타타’를 개사한 ‘하쿠나 무파사’를 흥얼거리며 의인화된 캐릭터는 즐거움을 안긴다.     

하지만 여전히 비슷하게 생긴 사자 비주얼은 이름과 목소리로 구분 짓는 한계점이 명확하다. 대사마다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누가 말하는 건지,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헷갈려 진땀 빼기 일쑤다.     


무엇보다 주인공은 무파사이지만, 오히려 타카(스카)가 기억에 남는다. 왕이 혈통을 타고난 후계자 타카(스카)의 고뇌와 갈등, 배신과 반목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에서다. 훗날 삼촌 타카(훗날 스카)는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스와힐리어로 왕이라는 뜻)와 오랜 갈등 끝에 목숨을 잃게 된다. 왜 그가 한쪽 눈의 상처를 얻었는지, 흑화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지 그 이유의 궁금증도 밝혀진다.     


현대적인 리더의 자질     


디즈니 영화답게 교훈적인 주제 설정은 당연하다. 또다시 정글 세계를 빗대 왕의 자질, 리더의 조건을 묻는다. 왕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여러 난관을 극복한 후 검증된 왕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타카(스카)의 아버지는 적통만을 중요시하며 안일했다. 태어나면서 그냥 얻은 금수저마저도 지키려는 일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리더의 자질은 낮잠이라며 무파사를 암사자들과 지내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무파사는 에셰 무리와 다니며 사냥법을 익히고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터득한다.     

소통의 기술과 사냥의 기술을 전수받아 자신의 것으로 재해석한 무파사가 왕의 피를 부여받는 타카(스카)와 다른 점을 확실히 전해 준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갈고닦아야 하는 현대적인 리더, 경쟁상대를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리더의 조건은 무파사의 고난을 통해 완성된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유연한 사고와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부드러운 카리스마형 리더’ 무파사의 전설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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