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빡한 근미래 기술의 시연장
범죄자 전용 병원이지만 외관은 호텔인 이상한 건물이 있습니다. 영화 <호텔 아르테미스>는 한정된 공간에서 캐릭터가 고군분투하는 하룻밤을 그리고 있습니다. 들어갈 때는 쉽게 들어왔지만 나가기는 어려운 그곳! 철저한 룰에 따라 지켜야 할 규칙과 예의가 있는 그곳에는 신의 손 '토마스(조디 포스터)'가 있죠.
물 부족으로 LA에 폭동이 일어난 2028년 근미래, 총상을 입은 은행 강도가 호텔 아르테미스에 옵니다. 이곳은 범죄자 중에서도 인증된 특별 회원제 병원인데요. 일당백 의사 섬세한 (?) 간호 조무사 '에베레스트(데이브 바티스타)'가 22년째 운영 중인 알만한 사람만 안다는 비밀의 장소입니다.
이미 호텔에는 킬러, 무기상이 투숙하고 있었고, 건물주인 마피아 '울프킹'이 오면서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닌, 전쟁터로 변하는 점입가경이 되는데요. 호텔의 이름인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으로 밤이면 더 분주해지고, 보름달이면 휘영청 밝아지다 그믐달이면 사라질 것처럼 은밀하게 보이는 달의 대조적인 속성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특히 그동안 <아가씨>, <올드보이>, <그것> 등에서 인정받은 정정훈 촬영감독의 참여로도 주목받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좁은 공간이란 제약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에피소드, 캐릭터가 마구 뒤섞이며 공간적인 신비로움과 영상미가 잘 구현되었더라고요.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자꾸만 생각나는 건 화려한 캐스팅과 한정된 장소, 승인 후에 들어갈 수 있는 방식, 다양한 카메라 워킹을 담았는데, 그게 약 일지 독일 지는 관객의 평가에 맡기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과 미장센이 휴식의 호텔에서 전쟁터가 되어가는 공간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또한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대히트친 '진실의 약물'이 여기서도 나오더군요. 10밀리를 주입하면 헛소리 작렬, 30밀리면 진실을 말하는 신묘한 기능. 소피아 부텔라의 우아한 액션은 여자가 봐도 멋졌습니다. 컵 던질 때 걸크러쉬 폭발, <올드보이> 장도리 신 저리가라의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빨간 드레스가 선명히 남네요.
가까운 미래지만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호텔 내부는 상처 입은 영혼 토마스 때문일 것 같은데요.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중 자주 듣는 올드 팝송 ost , 특히 '캘리포니아 드리밍 '(California Dreamin)'이 귀속에 아른거리더라고요. 할머니로 변신한 '조디 포스터'의 연기는 그냥 믿고 갈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토리도 캐릭터도 미장센도 아닌 근미래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신기술의 시연장 같았다는 겁니다. 3D 프린터로 권총도 뚝딱, 몸속 장기는 물론 못 마는 게 없는 정교함으로 어서 빨리 기업에서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거든요. 무면허 의사지만 혼자서 알아서 해주는 AI가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의사나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케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란 상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