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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l 27. 2018

<주피터스 문>

<주피터스 문> 유럽의 난민 문제를 다룬 몽환적인 SF 판타지



영화 <주피터스 문>은 전작 <화이트 갓>으로 버림받은 개들의 반란을 그렸습니다.  이번에는 난민의 문제를 끌어와 주의를 환기시키고, 신격화하는 대범함을 갖춥니다. 영화는 헝가리를 배경으로 하지만 집단 의 이기심과 순수 혈통을 내세우는 유럽연합을 지적하며 전체적으로 그레이 톤으로 필터링,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강렬한 오프닝이 인상적입니다. 창문에 붙은 모기 시체나 죽은 새는 난민을 상징하는 듯 처절하고 안타까워 보이죠. 마치 재앙이 닥친 것처럼 암울하고,  희망은 사라진 듯 보이는 회색도시. 그곳으로 향하는 부자(父子)는 국경을 넘던 중 헤어지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년(좀보르 예게르)'은 경찰이 쏜 총에 맞지만, 어쩐지 모르게 하늘로 붕 떠오르게 되고. 중력을 거스르는 소년의 능력은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기회일지, 재앙일지 알 수 없습니다.




갑자기 얻게 된 능력은 난민캠프에서 뒷돈을 받아 난민을 빼주던 부패한 의사 '스턴(메랍 니니트쩨)'의 눈에 띄어 돈벌이에 이용됩니다.  한편, 의사 스턴은 의료사고 소송 때문에 돈이 필요했는데요. 아빠를 찾게 해주겠다는 거짓말로 아리안을 속이게 되죠.  



신은 인간이 창조한 가장 기발한 생각일 뿐이야.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변화를 보여줍니다. 하나는 시리아 소년 아리안이 총에 맞은 후의 상황 변화, 또 하나는 의사 스턴의 심적 변화인데요. 의사 스턴은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소년을 통해 이익을 취하려 했지만 점차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되었죠. 이는 '곧 기적을 목격할 것이다'란 포춘쿠키의 문구나 아버지 소식을 전하며  아리안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태도로 암시합니다.




"우리는 위를 올려다 보길 잊고 수평적으로 살고 있었어.
희생하는 세대가 지나니 잊고 살더라.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날 공간은 없단다.
넌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온 거지?"



종교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소년은 신의 재림, '예수'의 부활을 의사 스턴은 '바울'입니다.  바울은 원래 유대교인이었으나  초자연적 체험을 겪은 후 믿음이 생겼으며 복음을 전파하러 다닌 선교사이기 때문에 의사 스턴을 바울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사견임)




<주피터스 문>은 단순한 난민 문제를 다뤘다기보다는 테러리즘, 포퓰리즘, 그리고 종교적 부분까지 끌어온 다양한 주제성을 가진 영화인데요  유럽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제노 포비아(Xenophobia: 이방인 혐오)'에 정면 대응하는 대범함도 보이죠. 소년의 이름이 하필이면 '아리안'인 이유도 의미심장합니다.


'아리안'이란 말은 스스로를 고귀한이라고 부른 민족, 인도와 유럽인들에 대한 범칭입니다. 인도 게르만어족계의 지파로 중앙아시아에 살다가 인도와 이란에 정주한 민족인데요. 유목민족이었던 아리아인들이 인도에 침입, 원주민을 정복하고 혼혈을 장려하며, 여러 신을 믿었습니다. 영화는 시리아 난민인 소년을 유럽 제노포비아'에 따라 핍박하는데요. 단일민족을 부르짖는 유럽인들도  사실 다민족의 결정체란 아이러니를 꼬집습니다.





그 밖에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핸드헬드로 보여주는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미장센을 연출합니다. 아리안이  뛰어내리며 훑어 내려가는 듯  한 집 한집의 풍경을 창을 통해 볼 수 있는데 신의 자비가 구석구석 찾아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놀이기구를 탄 듯한 효과도 동반됩니다. 집은 그대로 두고 방만 빙글빙글 도는 장면, 카체이싱 장면 등 위협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이지만 소년은 마치 춤을 추듯 우아하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우주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의 우주비행사의 몸짓 같단 생각도 듭니다.




'주피터스 문'의 뜻은 목성의 4개 위성 중 하나로써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관계된 여인 '에우로파'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생명의 발행처일 수 있단 희망적인 위성이자 1610년 갈릴레이가 직접 만든 망원경을 통해 발견되었으며, 목성의 영어명이 주피터(제우스)와 관련 있습니다.




갑자기 하늘을 날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소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영화는 쉽게 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혼란스러운 인간 세상을 심판하러 온 신일까, 멸망하러 온 악마일지 확인은 관객의 몫입니다.  영화 <주피터스 문>은 8월 2일 개봉합니다.



참고로 쿠키영상은 없으며, 당신은 마법에 걸린 듯 프렌치 프라이를 먹으러 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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