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ty noodle Jun 11. 2024

불한당원으로 가입하시겠습니까

2023년 2월, 영화 <불한당> 

얼마 전에 넷플릭스로 불한당을 봤다. 이전에도 잠깐 본 적이 있는 영화다.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자기가 불한당 N회차를 했네, 자기는 불한당원이네, 여전히 앓네 어쩌네 하길래 '설경구, 임시완? 신박한 조합이네' 생각하면서 호기심에 봤다. 하지만 그땐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흥미를 잃었다. 도중에 꺼버렸다. 브로맨스나 퀴어 영화에는 거부감이 없지만(오히려 좋아한다), 깡패 나오는 액션 영화는 아무래도 영 마음이 안 갔다. 


분명 그때의 안 좋은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는데도 며칠 전엔 굳이 보고 싶었다. 기어코 찾아봤다. 여전히 피 터지게 주먹질하고 칼질하고 사람 하나 쉽게 보내버리는 장면들이 잔인하고 불편했지만 이번엔 끝까지 봤다. 초반보다는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가 있어서 몰입하면서 봤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여운마저 느꼈다. 한참을 바라봤다. 조만간 한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이 의도했을, 큰 형님 한재호(설경구)의 성별을 초월한 절절한 찐사랑에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끼진 못했다. 사람마다 사랑을 감각하는 방식과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인지 내게는 한재호의 조현수(임시완)에 대한 감정보다는 한재호를 향한 고병갑(김희원)의 감정이 더 현실적이고 애틋한 짝사랑으로 다가왔다. 찌질한 짝사랑 전문가로서, 동병상련의 마음을 안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한 번 더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다짐. 


한 번 더 보면 생각이 또 바뀔지도 모른다. 두 번 보니 이제야 한재호의 절절한 마음을 알 것 같다며 그 여운에 또 한 번 더 보고 싶어 질지도. 그럼 그때는 또 누구의 마음으로 누구의 시선으로 영화 속 이야기를 따라가려나. 다들 이렇게 N회차를 하고, 자기도 모르는 새에 불한당원이 되어버렸던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새침한 중년 남자가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 싱거운 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