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도서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2022년으로 넘어온 지 열흘 남짓의 시간동안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만 두 권을 읽었다. 문득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가 생각나는 새해의 내 모습.
아무튼, 데이비드 실즈의 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여러모로 신선했다. 우리 몸이 성숙하고 변화하고 노화하는 과정에 대한 과학적 사실・정보가 수두룩했지만 그렇다고 과학책은 아니고, 여러 인물들의 입과 글에서 길어 올린 문장이 정말로 많았지만 잠언집도 아니었다. 저자와 아버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로 그 많은 내용을 끌어 안았다.
이 책은 ‘할 말이 무지 많은 에세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책 한 권에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차 있어서 사실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메세지마저 중구난방인 것은 아니었다. 아주 명확하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 나도, 나의 부모님도,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도 그 운명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그 사실.
읽는 동안 종종, 나와 내 가까운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했다. 전에 없이 두렵고 막막했다. 숨이 턱 하고 막힐 만큼 과몰입했다.
나와 내 삶을 사랑하지 않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단지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 때는 걸핏하면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른 살이나 마흔 살의 내가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나이쯤 되면 나는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의 나는 ‘나의 죽음’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단어만을, 그나마도 진지하게 고찰해본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척’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 그렇게 막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대할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단은 서른하고도 몇 해 넘게 살아 남았다. 내 삶을 아주 사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연민한다. 이제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내 곁엔 가슴이 벅찰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이전이라면 분명 포기해버리고 싶을 순간에도 이제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용을 쓸거다. 눈에 보인다. 지금의 나는 ‘나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이 불안하고 두렵다.
내가 불안하고 두렵다고 해도 이 책의 메세지처럼 어쨌거나 나는 죽겠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마지막은 어땠으면 좋겠는지,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남기고 떠나면 멋질지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상상해봤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느낀 바가 있으니 이제는 종종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찾으려고 하겠지.
그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제대로 알았다. 언젠가 죽게 될 테니까 지금을 더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 이 글을 쓰면서도 위의 문장이 무척 오글거리고 진부하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그런 얘기들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에게는 그게 지금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