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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진 Jan 08. 2021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테넷 - 그저 우린 서로 노력하지 않았을 뿐

  어깨가 말썽이다. 사람들에게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는다. 그냥 의례 그러려니 생각한다. 내 나이쯤 되면 이제 어깨 하나쯤 아픈 건 놀랄 일도 아닌 거다. 


  아픈 어깨를 핑계로 운동을 '못'했다. 어깨가 아픈 거지 다리가 아픈 것도 아닌데 말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았고 덕분에 넷플릭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을 끼고 건강하지 않은 몸뚱이로 발전해왔다. 당연하게도 건강 검진 결과표는 레드카드를 보냈다. 


  좀처럼 쉴 틈이 없는 삶이다. 늘 일 해야 하고 조금이나마 발전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또  그렇게 배운 지식으로 어디 돈 벌 기회가 없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위를 살핀다. 그런 게 귀찮아 대충 살면 남들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을 벌 때 나처럼 남들 축하만 하는 거다. 

  그리고 이제 운동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난 놀고 싶다. 며칠 휴가로 집에서 놀았더니 더 놀고 싶다. 걱정 없이 놀고먹으려면 부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놀 수 있다. 올해는 꼭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봤다. <테넷>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 <인셉셥>을 흥미롭게 봤기에 기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영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영화에 대한 리뷰 역시 '어렵다'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집중해서, 정신 바짝 차리고 보면 나의 명석함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고 불과 1~2분 만에 혼돈에 빠지고 말았다. 잠깐만요...


감독 : 이해되지?    배우 : 어... 네... (배우의 표정이 지금의 내 마음을 표현하는 듯하다)


  

  나는 감독의 논리에 설득되지 않았고(혹은 이해되지 않았고) 감독은 나를 설득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나 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배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영화였다. 

  인터넷을 뒤지며 사람들의 해석을 읽고 싶지도 않았다. 귀찮았다. 사는 것도 피곤한데 영화까지 공부하며 보고 싶지 않다. (얼핏 사람들의 추리를 살펴보려 하니 온갖 도표와 연대기, 해석이 난무한다. 정말 이럴 일인가?)


  감독도 그랬을 것이다. 귀찮게 모든 걸 설명하고 싶지 않다고. 이렇게 만들어도 알아들을 인간들은 다 알아들을 것이고 궁금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겠지 뭐, 라고.


  그러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우린 서로 노력하지 않았을 뿐. 

  언제나 모든 일에 노력할 필요는 없다. 노력이 늘 행복과 비례하는 건 아니니까. 지금의 평온을 위해 난 이해할 생각이 없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면 그만이다.


  새해부터,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 영화에게 이런 말은 자존심 상하지만 이해의 유무를 떠나 영화의 감각적인 연출과 멋진 액션씬,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와... 이해는 안 되지만 멋은 있다.”


  그럼에도 다시 볼 생각은 없다. 대신 부자가 될 궁리나 할 생각이다. 


  그리고 모두 부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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