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태진 Jun 29. 2021

좋은 날만 계속되는 법

하지만 알고도 못하는 게 정상

  삶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미 살 만큼 산 인류의 선배들이 닳고 닳도록 한 말인데 직접 살면서 당하고 당해야 그제야 이해하고 깨닫는다. 거참, 야속한 세상이다.      


  흔히 삶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반복해 온다는 것인데 실제 삶이 그렇다. 이런 행운이? 이런 기쁜 일이 왜 뜬금없이 찾아오는 거지? 라는 의문을 품기 무섭게 이런 빌어먹을 일들이, 아니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거냐를 말하게 된다. 제길, 인생의 공식이 그렇다.      


 

  그러면 비로소 흥분됐던 마음이 차분해지며 자신을 돌아본다. 이건 과도한 ‘텐션’을 낮추라는 하늘의 꾸지람이지 싶다. 맞다, 내가 종종 지나치게 흥분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 그게 또 서운하다.    

  

  며칠 전 한 선배가 이런 얘기를 했다. 요즘은 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고. 열정 넘치던 선배의 말에 놀라면서도 완전히 이해되었다. 반복된 일상에 지친 거다. 월급쟁이의 월급으로는 극적인 인생의 반전을 노리기가 힘들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선배는 그리고 나는 언제쯤 내 맘대로 살게 될까?    

  

  내 맘대로 하려면 내 맘대로 살아야 하는데 내 맘대로 살면 대개 궁핍한 삶을 살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내 맘대로의 삶은, 근본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삶이 전제되는 것인데 일을 하지 않고 살기에는 돈이 조금 부족하다. 많이는 아니고 한 30억쯤 부족하다. 그래서 일을 한다.     

 

  일은 모두가 하기 싫은 것인지 최근 ‘워라밸’이 유행이다. 일과 삶을 분리하라는 것인데 꽤나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삶의로서의 일』을 쓴 철학자이자 기업가 모르텐 알베크는 '워라밸'은 헛된 꿈이라고 말한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집으로 돌아간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괜한 반항과 저항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느니 일과 삶이 하나임을 인정하고 순응하며 살라는 것인데 결국 일은 피할 수 없으니, 뻔하디 뻔한 얘기지만, 즐기라는 거다. 허탈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맞다. 우리는 돈이 없으니 내 맘대로 살 수 없고, 그 부족함을 각고의 인내와 노력, 견딤으로 버텨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속이고 설득해야 한다. 나는 행복하다고. 또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다만 일상 속에서의 행복 찾기는 난이도 높은 ‘숨은그림찾기’와 같아서 눈이 빠져라 찾아야 한다.    

  

  “와 이 달콤한 커피 한잔이 이토록 행복할 수가!”

  “오늘은 팀장님이 점심을 쏘신다니 이렇게 행복한 일이! 비싼 걸 먹어야지!”     

 

  그런데 실제로 모든 것에 놀라고 감사하며 살면, 정말 행복해지는 게 얄팍한 인간의 심리다. 뭔가 억울하지만, 인간이 그만큼 단순하니 좋은 건지 나쁜건지...    

  

  “와 십 분이나 일찍 일어났잖아! 아직 십 분이나 더 잘 수 있다고!"    

작가의 이전글 산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