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 대신 성장을 선택하는 마음가짐
승진이란 참 묘한 자리다. 마음으로는 담담해지고 싶지만 실제로는 기대를 내려놓기 어렵다. 성과가 있었고, 주변에서도 "이번엔 너 차례일 것 같아"라고 말해주었다면 그 기대는 더 커진다. 그래서 승진이 연달아 좌절될 때 사람의 내면은 깊이 흔들린다.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전체가 부정당한 것 같은 감정이 밀려온다. 그러나 이 시기야말로 태도를 정비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승진 누락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내면의 상태다. 승진은 하나의 결과이지만 커리어는 태도가 만든다.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느냐에 따라 다음 기회가 가까워지기도, 더 멀어지기도 한다.
나는 20년 가까이 한국대학생인재협회에서 팀원, 부팀장, 팀장, 국장까지 수백 명의 리더를 지켜봐 왔다. 한대협에는 팀원–부팀장–팀장–국장이라는 승진 구조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단순히 열심이 있다고, 사람들과 잘 지낸다고, 성실하다고 자동으로 승진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팀원과 부팀장의 차이가 1과 5 정도라면, 부팀장과 팀장의 차이는 1과 10 정도이기 때문이다. 부팀장까지는 태도가 좋고, 성실하고, 팀원들과 관계가 안정적이면 무리 없이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팀장부터는 다르다. 책임의 무게, 프로젝트의 복잡도, 사람을 다루는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그래서 부팀장으로서는 충분히 안정적이고 신뢰가 가지만, 막상 팀장을 맡기려고 하면 여러 리스크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태도는 좋은데 프로젝트를 이끌 일머리가 부족하거나, 일머리는 좋은데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미숙하거나, 팀장을 맡기면 금방 지치고 번아웃이 올 것 같은 경우다. 이런 이유로 예전에는 '수석 부팀장'이라는 명예직을 따로 두기도 했다.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팀장을 맡기기엔 리스크가 있을 때 주던 자리였다. 이는 그 사람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팀장을 감당하기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한 시기라는 신호였다.
그래서 승진 누락은 평가라기보다 신호일 때가 더 많다.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조금 더 정교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안내에 가깝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승진 누락을 자기 평가로 받아들인다. "내가 부족해서인가?", "나는 인정받지 못하는가?" 그러나 실제로 승진은 개인의 실력뿐 아니라 조직 구조, 리더 라인업, 프로젝트 상황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결정된다. 즉,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절반은 된다.
그래서 승진이 연달아 늦어질 때 가장 위험한 지점은 감정의 초점이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붙잡히는 것이다. 한대협에서도 승진 발표 직후 가장 많이 관찰되는 반응이 이것이다. "왜 나는 아니지?", "멘토님은 나를 저평가하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이런 생각에 오래 머무를수록 마음은 금방 냉소로 기울어진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나를 더 흔들기만 할 뿐, 다음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감정을 쏟으면 억울함만 남는다. 반대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 태도, 신뢰도, 성장의 방향에 집중하면 비로소 실력이 자란다.
한대협에서 팀장 승진이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팀장을 선발할 때 우리는 늘 이렇게 묻는다. "이 사람이 팀을 10주 동안 안전하게 이끌 수 있는가?", "압박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안정적인가?", "한 기수만 하고 끝날 리더십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리더십인가?" 팀장은 프로젝트만 잘한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기준을 세우고, 사람을 격려하고, 팀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팀장 자신의 내면의 안정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부팀장으로는 안정적인데 팀장으로는 불안해 보이는 경우가 생긴다. 성과는 있지만 소통의 깊이가 얕거나, 열심은 있지만 관계를 다루는 힘이 약하거나, 태도는 좋지만 끝까지 리더십의 페이스를 유지할 힘이 부족한 경우다. 이건 실력 부족이 아니라 역할의 기대치가 높아졌을 때 필요한 정교함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는 신호다.
승진이 늦어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아프다. 그러나 나는 수백 명의 리더를 지켜보며 확신한다. 승진이 늦어지는 시기를 잘 지나간 사람은 결국 더 단단한 리더가 된다. 늦어지는 시간 속에서 태도를 잃지 않고, 냉소 대신 성장을 선택하고, 정교함을 다듬고, 내면을 안정시키는 사람은 팀장 이후에도 오래간다. 그리고 더 멀리 간다. 승진은 기회다. 하지만 승진 누락도 잘 다루면 결국 기회가 된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미래의 리더십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