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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긴가 May 13. 2020

말랑말랑한 삶을 느릿느릿 담금질 중입니다.

프롤로그



철은 '담금질'과 '벼름질'의 과정을 통해 길들여진다.

담금질은 철의 재질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철의 결정구조가 변하는 지점까지 충분한 열로 가열한 뒤 물이나 기름 등에 담가 냉각시킨다. 이때 뜨거울 때 팽창된 철의 조직이 붕괴되지 않고 그대로 굳으면서 강도가 세지는 것이다. 즉, 담금질을 반복하면 할수록 철의 강도가 더 높아진다.

그러나 담금질을 무조건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담금질을 할 때마다 철을 강하게 만드는 '마르텐사이트 조직'이 경화되는데, 잘못하면 철이 유리처럼 쉽게 깨어진다. 또한 뜨거운 불 속에 있다가 갑자기 차가운 물속에 담그면서 생기는 온도 차이로 철이 일그러지면서 변형이 일어난다. 그래서 담금질을 한 후에는 반드시 휘어지고 일그러진 철을 다시 골고루 펴주는 '벼름질'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철을 보다 더 강해지면서도 원하는 형태로 유지할 수 있다.



한국에서 4년 내내 이렇게 철이며, 구리며, 은이며 온갖 금속재료를 다루며 몸소 배운 담금질을 배웠다. 그리고 이곳 독일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내 삶을 담금질 중이다. 철의 강국 독일에서의 담금질은 꽤나 고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나는 단단해지고 있다. 때로는 강한 온도 차이로 쭈글쭈글 일그러지기도, 또 때로는 쭈글 해진 내 삶을 독일표 '벼름질'로 느릿느릿 그러나 오래도록 두드리면서.



참고 글

https://www.umnews.org/ko/news/quenching-and-byeoreumj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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