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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앤 Mar 21. 2024

남중의 비애

여중과 남중의 급식비가 같아도 될 일인가?

올해 3월 막내가 중학교에 입학했다. 첫째와 둘째를 두 살 터울로 낳은 뒤 5년 만인 서른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출산한 나름 늦둥이다.

육아교과서를 보고 키웠던 첫째와 달리 둘째부터는 살짝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셋째는 어쩌면 되는 대로, 그야말로 자유롭게 키운 것 같다.

이쯤 되면 늘 대학시절 유아교육과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당신의 전공이 유아교육이었으니 첫 출산한 아이를 얼마나 스탠더드 하게 키웠겠냐며 운을 띄우셨다. 그러나 그렇게 못 키운 둘째가 여러 면에서 훨씬 낫다며, 학문적 지식의 한계에 대해 농담조로 웃으며 말씀하셨다. 수업시간에 말씀하신 다른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나고, 딱 그 한순간의 말씀만 기억하는 걸 보면, 아이를 낳기도 전에 어지간히 자유로운 육아스타일에 마음이 갔었나 보다.

첫째를 키울 때는 교수님 말씀은 다 잊어버렸고, 한계를 느끼며 육아교과서를 벗어날 때마다 어렴풋이 그 말씀을 떠 올리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니 셋째는 얼마나 자유롭게 키웠겠는가?

다소 예민했던 첫째랑 다르게, 아기 때부터 우리 가족은 "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우리 막내 웃기는 것이다"라며, 별것 아닌 자극에도 까르르 웃는 막내를 신기해하며 듬뿍 사랑해 주었다.

막내는 몇 가지 면에서 위로 두 형과는 달랐는데,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먹는 것과 관련한 것이다.

두 형들도 어릴 때부터 밥 먹는 것으로 속 썩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셋 다 흔히들 하는 숟가락 들고 따라다니며 밥을 먹인 적이 없다. 그런데 셋째는 시작부터 달랐다.

형들처럼 만 6개월이 되었을 때 이유식을 시작했다. 대개 그렇듯 재료의 양 때문에 한 번 먹을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서너 번 먹을 정도를 한꺼번에 만들게 된다. 모유수유만 하다가 처음으로 만들어주는 이유식이어서 혀를 내돌리면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숟가락을 입속에 넣어주었는데, 웬걸... 쪽쪽 받아먹기 시작해서 결국은 세 번 나눠 먹일 양을 한 번에 다 먹어버렸다. 와우!!! 그날의 놀람이란!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 이후,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엄마의 이유식 솜씨에도 무조건 ok였고, 얼마 안 가 형들이 먹는 음식을 조금 무르게, 싱겁게 만들어서 편하게 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영상으로 남아있는 그날의 기록은 만 11개월에 조금씩 잘라주는 떡볶이의 어묵을 너무도 맛있게 먹는 장면이다. 얼굴엔 먹을 때마다 생기는 특유의 콧잔등의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다소 매웠을 떡볶이 양념이 묻어있는 어묵을 열심히 먹는 장면말이다. 막내의 식습의 이력을 말할 때면 절대 빠뜨리지 않는 순간이다.

떡잎부터 달랐던 막내는 숟가락을 쥐기 시작해서는 혼자 밥을 먹었고, 어려서부터 뼈에 붙어있는 살을 뜯는 고기를 즐겨 먹었으며, 누가 발라주는 것을 몹시도 싫어했다. 그야말로 먹는 즐거움에 포함된 귀찮음마저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투였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무한리필이 아닌 고깃집은 간 적이 없고, 막내가 어느덧 웬만한 남자 어른보다 잘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어린이 식대를 적게 받는 음식점을 갈 때마다 본전을 넘어 뽕을 뽑는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 아침밥 대신 아침잠을 선택한 막내가 안쓰러웠지만, 학교 급식이 워낙 훌륭한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그런 걱정도 다소 덜었다.

막내는 올해 남중을 입학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아침 식사는 걸렀기에, 학교 급식이 어떠한지 엄마인 나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학교를 다녀오면 늘 그날 급식 메뉴는 뭐였는지, 맛은 어땠는지 물어보며 체크하는데, 대부분 맛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럴 때마다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그리고 입학한 지 이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선생님들이 그러시는데 우리 학교 급식이 맛이 없는 편 이래~"

학교마다 영양사 선생님이 다르시고, 조리사, 조리원님이 다르시니까 같은 메뉴여도 맛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역시 고급진 입맛을 가지신 선생님들 입맛엔 그저 그런 급식이 막내에게는 좋았다는 거구나 싶어 감사해야 할지 안쓰럽게 여겨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쌀값이 3배가 더 든대. 워낙 밥을 많이 먹어서 맛있는 반찬 만들 돈이 적어서 맛이 없대."

푸하하 하하하하....

이런 이런.... 남중의 비애라고 해야 하나? 금산읍에 총 3개의 학교가 있는데, 하나는 여중, 하나는 남녀공학, 그리고 막내가 다니는 남중이다. 한창 외모에 관심 많은 여학생들은 하지 않아도 될 다이어트를 하느라 밥을 적게 먹을 테니(게다 요즘 저탄수 다이어트가 얼마나 유행인가!) 여중에 비하면 쌀값이 세배가 된다는 말이 그리 뻥튀긴 데이터는 아닐 것 같다.

생각해 보니 학생 1인당 급식비를 여학생이나 남학생이나 똑같이 책정하는 것은 다소 부당하다는 생각이 -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가- 든다. 남녀의 1일 권장 칼로리도 다르지 않는가? 과연 급식비에는 이런 데이터가 반영되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건 남학생들에게 부당한 처사가 맞다.

이걸 어디다 건의해야 할까... 군청 민원에 쓰려고 했더니 피신고인(사람 또는 단체)의 이름을 쓰게 되는 곳에서 막혀, 여기가 아닌가 하여, 접었다. 학교가 잘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급식비를 지원해 주는 군청이 피신고대상이 되는 것일까?

어려서부터 먹는 것이 남달랐던 막내를 향한 엄마의 오지랖이 펄럭인다. 사실 이건 잘 먹는 내 아들만을 위한 오지랖이 아니다. 보통의 여학생들에 비해 세 배 이상 밥을 먹을 우리 막내 때문에 본의 아니게 맛없는 급식을 드셔야 하는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타당한 치맛바람을 일으켜야 하나... 하는, 생각에 생각을 곱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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