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빠른거북 Apr 21. 2021

또다시 물꽂이

물꽂이에 성공하려면?


어느 날 또 모체 떡갈 고무나무의 줄기 아래에서 자라는 잎이 보였다.


잎을 먼저 발견한 남편이 나를 쳐다보며 "안 돼~"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 나는 그저 웃었다.

그것은 무언의 침묵(=싫다!)이었다.


화분 늘리기에 흥미를 느낀 나는, 벌써 3종류의 식물을 번식시켜 여러 개의 화분으로 만들었다.


우리 집에 더 이상 놓을 곳이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화분 아래에서 자라는 고무나무를 물꽂이 하기로 결심했다.



모체에서 자라나는 새 잎을 볼 때면

아주 잘 자라는 것도 있지만 큰 잎들 사이에서 아주 조그마하게 성장을 멈춘 것처럼 보이는 잎들도 간혹 발견된다. 물론 성장을 멈춘 것은 아니겠지만 비좁은 화분에서 서로 엉키고 엉켜 제대로 된 영양을, 빛을 받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잎들 사이에서 작게 자라는 잎


모체와 달리 아가 고무나무 화분들을 기존 모체만큼, 간혹 모체보다 더 잘 자라거나 잎자루도 커다랗게 맺는다.

모체에서 물꽂이 하여 번식했던 아가 고무나무 (2019. 8. ~~, 2019.11.~~)



비좁은 그곳에서 힘겹게 자라는 듯한 그들의 건강과 4개의 큰 줄기가 얽혀살고있는 모체 모두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가지치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지만 가지치기 방법(= 모두가 말하는 '내가 생각하는 수형'대로)은 너무 추상적이어 와 닿지 않는다. 어렵다.

그래서 일단 눈에 보이는 쉬운 녀석들부터 시작했다.



보통 분갈이, 물꽂이는 날이 따뜻할 때 하는 걸로 알고 있어 계절이 바뀌고 따뜻한 날이 오길 기다렸고 3월 말. 드디어 가위를 소독하고 잘라냈다.


물꽂이 tip

1. 흙과 비슷한 환경으로 착각할 수 있도록 식물을 꽂아놓는 병(또는 컵)을 어둡게 하기
2. 강한 햇빛, 찬 바람은 맞지 않도록 하기 (=나는 주방의 식탁에서 계속 관찰했다)


투명하지 않은 컵(또는 병)을 사용하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그냥(또 내 맘대로..) 도전했다.


한 일주일은 변화가 없어 보였다.

10일 정도 지나니 아직 목질화가 되지 않은 부분은 하얀 점이 생겼고 그 이후 2주가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줄기가 빼꼼 고개를 드러냈다.


한번 얼굴을 보인줄기는 하루하루 다르게, 아침, 저녁 다르게 쭉쭉 뻣어나갔다.


삐쭉 튀어나온 줄기 덕에 매일 아침 나의 일과는 줄기 확인하기로 시작됐다.


물꽂이 시작한 지 한 달 거의 지나자 심어도 될 정도로 줄기가 자랐다.


1. 2021.3.28 /  2. 2021.04.04 / 3. 2021.04.13


4.2021.04. 16 /  5. 2021.04.18  / 6. 2021.04.21


더 이상 우리 집에 키울 곳이 없음을 알기에

물꽂이 처음부터 주변 지인에게 분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왼쪽 아가가 좀 더 뿌리를 내리는 날, 모두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워진 너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