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빠른거북 Apr 10. 2021

아름다워진 너지만,

나는 세면대를 막아버렸어요..

점점 웃자라 휘어지는 카랑코에를 보며 결심했다. 가지치기해야겠다고.


가지치기 관련해서 블로그, 유튜브 검색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가지치기는 인이 '생각한 수형'대로 자르면 된다고 했다.


<가지치기 전 모습> 1. 모체로부터 자란 어린 카랑코에 가지치기 전  2. 카랑코에 모체 가지치기


모든 일처리에 빨리빨리가 배어있는 나는,

아가가 주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아가가 잠에서 깨면 끝이다) 자유 시간에 모든 일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거실에서 베란다로 화분을 왔다갔다 옮기는 것이 번거로울 것 같아 화분이 늘어진 거실에서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에 할 일을 나열했다.


1. 봉지에 상토 담아놓기

2. 마사토 세척하고 봉지에 넣어 섞기

3. 봉지 안에서 최대한 깔끔하게 흙갈이(?) 하기

4. 청소기로 휙휙 하고 감쪽같이 흔적을 없애기



수월해 보이는 일이었다.


지난번 장미허브와 카랑코에 분갈이를 하며 화분이 생기를 잃고 물러지는, 웃자라는 모습을 보고 공부한 결과 카랑코에와 장미허브는 상토로만 키우면 안 된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리하여 미리 세척 마사토를 구입해놨었다.

대부분 글을 보니 세척 마사토를 구입해도 한 번 더 씻어서 사용한다는 사람들 말 따라 마사토 봉지째 세면대에 부었다. 생각보다 크기가 컸고 물을 켜고 박박 씻으니 흙탕물이 생겼다.


흙탕물을 빼낼요량으로 배수구를 살짝 열었다.

살짝 열었다고 생각했는데 몽땅 열렸고 그 사이에 돌들이 꼈다....

당황 한 나는 배수구를 닫으려 했지만 이미 배수 뚜껑안으로 작은 돌들이 들어갔다. 배수구가 닫히지 않았다. 머리카락 빼내는 그걸 아는가? 그걸로 쑤셔댔지만 콱박힌 작은 돌들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족집게로 집어내려 했는데 그것도 실패.

머리핀 단단한 걸로 해도 실패.


네이버 검색.

하.. 세면대 아래, 트랩에서 이물질을 빼내야 한단다.


멘붕이 왔지만 일단 시작한 일부터 처리하자며 대충 마사토만 긁어서 봉지에 섞었고 봉지 안에서 흙갈이(토 60, 마사토 40)를 시작했다. 가위를 소독해 웃자라는 줄기를 용감히 잘랐다.



흙갈이 하다 보니 바닥이 엉망이 됐다. 

세면대를 막았다는 생각에 집중이 안 됐다.(ㅠ...ㅠ) 거실이 점점 흙투성이가 되는 것을 보고 2차 멘붕..



일단 그렇게 내 맘대로 가지치기와 흙갈이를 끝내고 청소까지 했다.

일단은 속이 다 시원했다.


가지치기 후


자.

이젠 잘못을 고할 시간이다.


슈렉의 고양이 눈까지는 될 수 없지만 아주 많이, 진심으로 미안한 눈을 보이며 남편에게 말했다.


배관공이 되어보겠다며 남편은 태블릿과 화장실로 사라졌다. 40분이 지나자 남편이 나왔다.


아가 안고 남편곁을 서성이다 말했다.

"아빠 되니까 할 일이 많지?"

그러자 남편이 말한다.

"이거... 아빠라서 한 일이야?"

(하하.... 죄인, 오늘은 남편 하고픈 거 다해.)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밤에 단일처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보통 6주 이상하면 된다는데 도전!)

검정 봉투를 씌웠다.


[단일처리]
식물을 단일 조건 하에 두고 자연개화기와는 다른 시기에 개화하려고 하는 처리. (네이버 지식백과) 다시 말해 하루 9~10시간 이상 밤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함. 이때 인공적인 빛도 피하기.


가지치기 전후 모습을 본 친구가 말했다.

"카랑코에는 무한번식이구나!"


맞아....

그래서 절대 줄지 않는 우리 집 화분이야...(ㅋㅋ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비슷한 평수, 다른 느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