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스트레스는 어떻게 연관을 맺을까?
‘명상을 하면 좋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들 한다. 바로 그 편안함에 이끌려 명상을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명상을 하면 왜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이유는 호흡에 있다. 명상을 하는 동안 호흡을 깊게, 또 천천히 하기 때문이다. 느리고 깊은 호흡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명상을 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호흡을 깊고, 천천히 하는 것은 똑같다. 그렇다면 깊고 천천히 하는 호흡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없애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일까?
호모 사피엔스와 스트레스
현생 인류라는 ‘호모 사피엔스’는 약 30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했다. 그 이후로 진화를 거듭해 오늘날의 우리가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 동안 어떤 스트레스를 경험하면서 진화해 왔을까?
호모 사피엔스가 경험한 스트레스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1. 들판이나 산길을 걷다가 맹수를 만나거나
2. 산 넘어 이웃 부족이 칼로 무장한 채 마을을 쳐들어온다거나
3. 강 건너 다른 민족이 좀 더 큰 규모로 무장을 한 채 침략한다거나
4. 전염병이 돌아 나를 비롯해 가족의 목숨을 위협한다거나
5. 기타 이와 비슷할 정도의 큰 스트레스.
모르긴 해도 이 정도 일 것이다. 그렇다면 거의 30만 년 동안 인류는 겨우 네다섯 가지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채 진화해 왔다는 이야기다. 물론 우리가 그 시대를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네다섯 가지 말고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아래층 사람이 자기 집 안방에서 자기가 산 담배를 피우는데, 그 연기가 위층에 사는 자기 집 베란다로 조금 들어온다고 경비실에 항의 전화를 하는 것이 요즘의 우리 모습이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40년 전에는 고속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웠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시내버스 안에서도 피웠다. 지하철 승강장에서도 피웠다. 그런데도 그 시절, 다른 사람이 피는 담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개별적으로 있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지금은 스트레스인 것이 예전에는 스트레스가 아니었던 것들이 많다. 그렇다면 40년 전에는 스트레스였던 것이 그로부터 40년 전에는 스트레스가 아니었던 것들이 또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문명화되기 이전의 사회에서는 앞서 언급한 네다섯 가지 정도의 심각한 스트레스 말고는 딱히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스트레스의 종류도 많고,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빈도도 심하다.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는데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서면서 올라와도 스트레스다. 지하 주차장의 내 차 앞에 누군가 이중 주차를 해 놓아도 스트레스다.
평소보다 길이 막혀도 스트레스,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가 있어도 스트레스, 끼어들려고 하는데 뒤에서 빵빵거리며 양보를 안 해 줘도 스트레스다. 이 말고도 셀 수 없이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체 사는 것이 현대인이다.
사람의 뇌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구분 못 한다
우리 뇌는 똑똑한 면도 많지만 멍청한 면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의 뇌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구분 못 한다. 실제와 상상도 구분 못 한다.
지금 당장 아주 기분 나빴던 일을 떠 올려 보라. 어제 있었던 일도 좋고, 10년이나 20년 전에 있었던 일도 괜찮다. 떠 올리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고 기분이 나빠진다. 이미 지난일인데 말이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일상에서 자주 한다. 그 이유는 뇌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의 경중을 구분 못 한다. 세상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문명화된 것은 길게 잡아봐도 100년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란 29만 9천 900년의 비문명화 된 사회와 100년 동안의 문명화 된 사회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비문명화 된 사회에서 경험했던 스트레스는 앞서 말한 네다섯 개 정도밖에 안 되고, 그것도 아주 가끔 경험하는 것이었다. 맹수의 위협은 한 달에 한두 번, 산 너머에 있는 다른 부족의 공격은 몇 달에 한 번, 강이나 바다 건너 다른 민족의 침입은 몇 년에 한 번, 전염병도 그 정도 빈도로 경험했을 것이다.
문제는, 가지 수도 적고 빈도는 낮았지만 스트레스의 정도는 아주 컸다는 사실이다. 모두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위협하는 큰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보니 호모 사피엔스에게 스트레스란 모두 ‘목숨을 위협하는 아주 심각한 것’이었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 메뉴얼을 체계적으로 진화 발달시켰다. 그래야만 그 스트레스(위험)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런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잘 진화 발달시켜 잘 적용한 개체가 살아남아 자신의 복제 DNA를 후세에 남겼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는 어찌 보면 가장 스트레스에 취약한,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안전에 가장 민감했던 사람들의 후손인 줄 모른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스트레스에 대해 어떤 대응 매뉴얼을 진화 발전시켰을까?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우선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몸을 고혈압 상태로 만든다. 그래야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영양분을 빨리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혈관을 고혈당 상태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이 힘을 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포도당이기 때문이다.
근육도 긴장시켜 몸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그래야 다리에 힘이 들어가 빨리 도망가거나, 주먹에 힘이 들어가 상대방을 때려눕힐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이나 발에 힘이 많이 가게 하고, 그래서 도망가거나 싸워 맞서는데 더 적합한 몸 상태가 되도록 일시적으로 모든 내장 기간의 기능(예컨대 소화)을 스톱시키기도 한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기 위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신적 대응도 한다. 공포나 부정적 감정, 분노, 공격적인 행동에 관여하는 편도체의 기능을 활성화 시킨다.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치솟아야 상대방으로부터 더 빨리 도망치거나 더 잘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합리적인 생각과 이성적인 판단,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에 관여하는 전두엽 기능은 최소화시켜버린다. 그런 기능들은 적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적을 제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스트레스 상황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의 몸을 고혈압, 고혈당, 근육 경직 상태가 되게 하고, 극도로 긴장하고, 흥분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하고, 말과 생각, 행동이 거칠고 공격적이 되게 한다.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이런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도망치거나 싸워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이렇게 진화시켜왔다. 문제는, 목숨이 위협받을 정도가 아닌, 사소한 스트레스 상황일때다.
지난 100년 사이에 세상은 급격한 문명화를 이루었다. 덕분에 29만 9천 900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경험했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위험한 스트레스(맹수, 이웃 부족이나 이민족의 침략 등등)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다양한 스트레스가 생겨났고, 많은 사람들이 아주 빈번하게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세상이 되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몇십만 년 동안 천천히 진행되었다면, 인간은 소소한 스트레스에 알맞는 소소한 대응 매뉴얼을 진화 발전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소소한 스트레스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세상이 된 것은 그 역사가 길어야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29만 9천 900년에 비해 100년은 무엇인가가 진화해 적절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인간은 아직 소소한 스트레스에 소소하게 대응하는 적절한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우리는 29만 9천 900년 동안, 우리의 목숨을 위협했던 위급하고 위험한 스트레스에 대응했던 그 메뉴얼을 엘리베이터가 1분 늦어서, 아래층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워서, 내 차 앞에 누가 이중 주차를 해 놓아 받는 스트레스에 가감없이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엘리베이트가 겨우 1분 늦게 올라왔을 뿐인데도 우리 몸은 그 스트레스 상황을 맹수를 만났거나, 산 너머 다른 부족이 침입한 정도의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식해(우리 뇌가 스트레스의 경중을 구분하지 못해) 우리 몸을 고 혈압화, 고 혈당화, 근육 경직, 모든 내장 기관의 기능 일시 정지, 편도체 활성화와 전두엽 기능 정지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다 보니 소소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우리 몸은 극도의 흥분상태가 되고, 정상적인 생각과 판단을 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만다. 이것이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몸의 상관관계다.
그렇다면 이런 스트레스와 호흡이 어떤 연관이 있고, 나아가 명상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 하도록 하겠다.